10번째 개헌시도..`87년 체제 전환'
개헌주체.시점 미묘..정치권 논란재연될 듯

정부가 8일 공식발표한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시안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월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개헌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밑그림이다.

◇의미 = 우선 법률적으로는 헌정사상 10번째의 헌법 개정 시도가 된다.

1948년 7월17일 헌법 제정 이후 한국 정치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손질이 거듭된 헌법은 지난 87년 이른바 `직선제 개헌'을 통해 9번째 수정작업이 이뤄진 후 그간 일점일획의 변화도 없었다.

특히 6.10 민주항쟁을 통해 탄생한 현행 헌법은 장기독재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대통령 5년 단임조항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단임조항의 효용성 문제가 정치담론으로 본격 제기되면서 이번에 수술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노 대통령이 1월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의 현실에서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집권의 우려는 사라졌다"며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도 "대통령제를 실시중인 세계 95개국 중 단임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불과하다"며 현행 5년 단임제 모델이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노 대통령의 제안과는 별개로 학계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단임제의 한계를 꾸준히 제기하면서 연임 또는 중임제 개헌을 통해 국정의 효율성과 책임성,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거의 매년 치러지다 시피함으로써 고비용 정치구조가 혁파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이번에 `원포인트' 개헌의 동인을 제공했다.

대통령의 임기단축과 동시에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키맞추기를 통해 생산적 정치구조의 토대를 마련,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려 한다는 게 이번 정부 개헌시안 발표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의 추진주체와 시점의 미묘성, 대선-총선 주기 일치에 따른 권력의 집중화 현상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개헌시안의 발표는 논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올해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크게 조정하지 않고 임기 일치를 위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20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개헌추진 방침에 대해 "정략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현 정국구도를 깨기 위한 `판 흔들기 시도'라는게 노 대통령의 개헌 추진 시도를 보는 야당의 곱지 않은 시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개헌 시기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필요한 것을 반대하는 쪽이 오히려 정략적인 것이지 필요한 것을 하자는 쪽이 어찌 정략적일 수 있는가"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이날 오후 특별회견을 갖고 한나라당과 대선 예비주자들에게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할 경우 임기 중에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향후 개헌논의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절차 = 정부는 이날 발표한 시안에 대해 주요 정당에 대한 설명회와 공청회 등 정치권과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특히 현역 의원의 임기 단축 등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의 의견수렴이 필수적이라 보고 조만간 주요 정당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동시에 오는 15일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헌법개정 추진 지원단 주관으로 헌법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갖고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지역별, 분야별 공청회를 계속 여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여론수렴을 토대로 정부는 빠르면 3월말 헌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무회의에 상정해 심의한 뒤 공고와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은 그러나 이날 개헌시안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공고일을 밝히지 않았는데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과 유동적인 정치적 환경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 부터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며, 국회가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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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