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사가 올해 대졸 사무직 직원 임금을 8년 만에 올리지 않기로 합의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본격적인 임금 협상철을 앞두고 대표적인 대기업 가운데 두 회사가 선도적으로 임금을 사실상 동결한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까지 지속된 고율(高率)의 임금 상승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실정에서 임금 안정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양사가 사무직 임금을 지난해 수준에서 묶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내외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에서 고정급을 더이상 올렸다가는 사업부문별로 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대기업의 경우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10% 이상 높다는 게 경총 조사에서 밝혀졌고,근래의 임금 상승 속도 역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고임금 수준은 취업난과 민생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업들은 매년 거듭되는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 중소 협력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거나 신규 채용을 가능한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더이상 임금이 오른다면 기업마다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려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조차 임금을 큰폭으로 올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회사 지불 능력 밖의 임금인상을 이끌어낸다면 당장 손에 쥐는 월급이야 늘어날지 모르지만 일자리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의 여건에서 임금이 더 오른다면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나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임금 안정이 국가경쟁력 확보의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다.

어제 경제단체협의회 총회에서 올해를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의 해'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脈絡)에서다.

노동계도 자신들의 일터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