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동차노조(UAW) 포드 지부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리 설리번은 요즘 노조원들을 설득하느라 바쁘다.

공장 업무의 일부를 아웃소싱(위탁 운용)하자는 회사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임금 삭감도 수용해야 한다며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좀 더 높은 임금과 고용 보장을 위해 싸우고 있을 그가 회사의 경영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달라졌다.

강성 노조로 이름을 떨치던 UAW가 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의 공세로 위협을 느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노조원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구조조정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포드에서 36년간 일하며 지난 10년간 포드 노조를 이끌고 있는 설리번 위원장은 "현재 포드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회사가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한 사람당 수만달러에 달하는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삭감하자는 회사 측의 제안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드 노조의 변화는 UAW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에 비해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2400달러의 비용을 더 지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건비로 더 들어가는 돈이 1080~1335달러에 달하며,특히 은퇴자들의 건강보험 비용으로 490~705달러를 더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 같은 현실을 노조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최근에는 노조도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구시대적 경영 방식을 해체하는 비용 절감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7억달러라는 회사 역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포드는 최근 41개 공장 중 33개 공장의 노조원들과 업무 규정를 바꾸기로 합의했다.

노조원들은 부품 조립 업무 등 일부 업무의 아웃소싱에 동의했고 기존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하루 10시간 주4일 근무'로 전환하는 데도 합의했다.

주말에도 특별 수당 없이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기로 했다.

오하이오주 리마에 있는 포드의 한 엔진공장에서는 시간당 50센트의 임금을 덜 받겠다고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공서열 규정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업무량도 늘리고 있다.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보다 50% 정도 높게 책정된 건강보험 및 복지 혜택을 받아온 UAW 노조원들로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달갑진 않았지만 회사의 위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포드 노조의 변화에 고무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GM 역시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2005년에 문을 연 미시간주 던디에 있는 엔진공장에서 포드와 유사한 내용의 경영 효율화 방안을 노조원들과 협의하고 있다.

GM도 '진정한 북미'(Real North)라고 이름 붙인 계획 아래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 있는 공장에서 노조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이 회사의 정책에 동참하는 변화의 이면에는 노조 자체의 위상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 강성 노조로 불렸던 UAW의 노조원 수는 현재 1970년대의 3분의 1 수준인 57만여명으로 줄었다.

최근 GM 포드 등이 약 8만명의 근로자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숫자는 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크라이슬러가 회사를 팔아넘기면 노조원 수는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통계청(BL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매년 줄고 있으며 2006년의 경우 2005년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2%를 기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