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대졸 사무직 직원의 임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특히 과장급 이상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연봉이 깎였다.

LG전자도 외환위기 이후 8년 만에 대졸 사무직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남용 부회장과 장석춘 노조위원장이 일찌감치 임금 인상 자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국내 빅3 기업인 이들 두 회사가 올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기로 함에 따라 재계의 올해 임금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5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과장급 이상 1.7% △대리급 이하 2.8%의 사무직 직원 임금 인상 기준을 확정했다"며 "따라서 사무직 전체 직원의 평균 인상률은 2.25% 수준에 그쳤다"고 6일 밝혔다.

삼성전자 사무직의 평균 임금 인상률 2.25%는 경총이 제시한 올해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2.4%보다 낮은 것이며,지난해 물가상승률(2.2%)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다만 생산직은 5% 선에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대졸 임금 수준이 일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최근의 조사 결과를 반영해 사무직은 동결하되 생산직은 물가상승률과 생산성 향상 등을 반영해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임금뿐만 아니라 올해 의료비,주거 지원,위락시설(콘도) 이용 등 복리후생비와 출장비 숙박비 등 각종 경비도 동결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과 장석춘 노조위원장이 지난 1월13일 노경(勞經) 단합 등반대회에 앞서 노경협의회를 열고 올해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졸 사무직의 임금은 동결하고,생산직은 2.7%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사무직의 경우 연말에 팀별,개인별 성과를 측정해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기업 중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자랑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임금을 사실상 동결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내외부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또 국내 대기업들이 매년 생산성을 웃도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반복해 왔다는 사회 전반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임금 동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