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프로골퍼 가운데 스폰서를 잡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경태(21).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오픈대회에서 2승을 거두고,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뒤 프로로 전향한 김경태는 아직 메인 스폰서가 없다.

올해 초 신한은행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려다가 성사되지 못했다.

국가대표 후배이자 지난해 오픈대회에서 1승을 거둔 강성훈(20)이 신한은행과 연 1억5000만원에 3년계약을 맺었는데,김경태측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그보다 나은 조건(2억원+α)을 불쑥 요구했던 것.

신한은행측은 협상 결렬을 선언해 버렸다.

김경태는 삼성그룹에도 '러브 콜'을 보내려 했으나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는 평가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동환(20)도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아마추어선수권을 제패한 뒤 지난해 일본골프투어(JGTO) 신인상까지 받은 '유망주'인 데도 선뜻 스폰서가 나서지 않고 있다.

이동환은 JGTO 풀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올해 국내 몇몇 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는 김경태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인 데도 그렇다.

코오롱에서 4년 후원을 받은 뒤 재계약 상대를 잡지 못한 나상욱(24)도 현재 '무적'이다.

타이틀리스트 계열인 '코브라' 클럽을 쓰고 있지만,서브 스폰서일 따름이다.

여자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안시현(23)은 엘로드와 계약만료 후 3년째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토비스레저의 광고모델로 나오고 있으나,1년짜리 광고계약에 불과하다.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김주연(26)도 지난해 말로 KTF와 계약이 종료됐고,7년간 신세계 로고를 달았던 김영(27) 역시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는 선수로 평가되면서 신세계와 결별했다.

또 지난해말로 삼성전자와 계약이 끝난 미국LPGA투어프로 강수연(31)도 다른 스폰서를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무적이다.

이처럼 '무적 프로'가 늘어나는 것은 선수들이 기량이나 성적에 상관없이 높은 '몸값'부터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액 스폰서 계약의 길을 열었던 박세리·김미현 등 미국 진출 '1세대 골퍼'의 영향도 크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국내 프로골퍼들의 계약금에는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

적은 액수라도 계약을 한뒤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식으로 계약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스폰서로부터 외면받는 선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