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런(基金人)'. 중국언론에 최근 등장한 신조어다.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을 일컫는 이 말은 펀드가입이 중국인 사이에 붐을 이루면서 만들어진 단어다. 지난달 26일만 해도 1조2000억원짜리 펀드가 단 두 시간 만에 다 팔렸다. 그만큼 증시에 돈이 몰리고 있다. 2000년 IT버블 때 너도나도 돈을 싸들고 주식을 사모으던 한국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지난 27일 증시가 9% 가까이 폭락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반등했다.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기는커녕 신규가입이 더 늘었다는 후문이다.

개미투자자들이야 강하게 불고 있는 주식바람에 편승한다고 해도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에서 환매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버블론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원치 않는 한 증시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투기와 소득불균형 등 현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증시에 있는데 이를 방치하겠냐는 것이었다. 또 금융시장 개방에 맞춰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을 강하게 만들려는 정부의 계획도 증시안정을 통한 기업공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근 중국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면 정부가 중요 변곡점마다 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자 버블론을 정부관리가 먼저 제기했다. 이후 주가가 6일 동안 하락한 뒤 정부는 그동안 묶어놨던 펀드의 신규발매를 허용,다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정부가 돈줄을 죄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자 상하이종합지수는 처음으로 3000선을 넘어섰다. 지난 27일엔 중앙은행장인 인민은행장의 위안화 절상 가속 발언이 유동성 차단정책 실시로 확대해석되며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정부는 곧바로 '주식차익 과세는 없다'는 카드로 시장을 안심시켰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상승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시장이 정부의 희망대로 계속 움직여줄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데 있다. 증시가 커질수록 중국정부는 점점 버거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사상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시장만큼 강한 게 없다'는 통설은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