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월街의 투자 귀재들 총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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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포 1.5세인 김영민씨(31)는 세계 최고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직원이었다.
기업인수합병(M&A) 업무를 취급하던 그는 얼마 전 사표를 냈다.
한 사모투자펀드(PEF)로부터 '고대하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기 때문.사모투자펀드는 이제 기존 IB에 있던 사람들조차 부러워하는 '월가 최고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10대 사모투자펀드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PEF 및 헤지펀드 운용회사다.
펀드로선 처음으로 지난 2월 초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1일 종가는 29.07달러.시가총액은 116억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 지분 77.7%를 갖고 있는 펀드매니저 5명의 자산은 무려 90억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는 1998년 웨슬리 에덴스(45)와 로버트 카프만(43) 란달 나르돈(51)등 3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모두 UBS 출신이다.
그후 2명이 골드만삭스에서 영입됐다.
이처럼 사모펀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가에서 투자전략가 등으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들이다.
PEF를 차린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물론 아니다.
수천개의 펀드 간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10여개 대형 펀드가 세계적인 M&A를 주도한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PEF 1위는 블랙스톤이다.
지난 2월 초 미 최대의 부동산업체인 '에쿼티 오피스 프라퍼티즈(EOP)'를 390억달러에 인수한 주인공이다.
2위는 최근 사상 최대의 '바이아웃(buyout·기업인수 후 되파는 것)'으로 기록된 전력회사 TXU를 450억달러에 인수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3위는 사모펀드 중 가장 많은 48개의 다양한 펀드를 운용 중인 칼라일이 꼽혔다.
이어서 △텍사스 퍼시픽 그룹 △베인캐피털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 △아폴로 어드바이저 △워버그 핀커스 △서버러스 △토머스 리(10위) 순이었다.
이 밖에 매디슨 디어본 파트너스와 실버레이크파트너스,'기업사냥꾼' 커크 커코리언이 운용 중인 트레신다 등도 대형 PEF로 꼽힌다.
◆실력에다 '플러스 알파'는 필수
블랙스톤을 만든 스티브 슈워즈먼은 월가에선 '신의 손'으로 불린다.
올해 나이 60세인 그는 예일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다.
리먼브러더스 등 내로라하는 월가 금융회사에 다니다가 22년 전인 1985년 블랙스톤을 차렸다.
당시 합작파트너인 피트 피터슨과 단둘이 40만달러로 펀드를 시작했다.
지금은 52명의 경영진과 75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그동안 47개의 굵직한 기업이 그의 사냥감이 됐다.
이처럼 블랙스톤이 PEF의 간판으로 성장한 데는 슈워즈먼의 판단력과 추진력 등이 발판이 됐다.
그러나 PEF가 성공하기 위해선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PEF 투자자는 각종 연기금과 대학발전기금 등 주로 기관자금이다.
이를 끌어모으려면 단순한 실력 이상이 필요하다.
블랙스톤의 경우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을 자문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블랙스톤의 공동설립자인 피트 피터슨의 골프 친구다.
일부에서 여전히 세계 최대 PEF로 꼽고 있는 칼라일의 경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있다.
칼라일 회장인 루이스 거스트너는 전 IBM 회장 출신이다.
사모펀드로 성공하려면 거미줄 같은 인맥과 간판스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잡음을 빚은 론스타가 큰 소리치는 배경엔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를 뿌리로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고 직장으로 떠오른 사모투자펀드
작년 MBA를 취득한 사람이 PEF에서 받은 첫 연봉은 평균 29만달러에 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투자은행에 들어간 사람이 받는 첫 연봉(6만달러 안팎)의 5배 가까이에 달한다.
MBA 취득자들이 5~6년 현장경험을 가졌다고 가정해도 비슷한 경력의 투자은행 전문가보다 연봉이 배 이상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PEF가 월가 최고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MBA 중 13%가 사모투자펀드 회사에 취업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MBA 중 10%도 PEF를 택했다.
이들은 투자은행에서 5~6년씩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PEF에 들어가기 위해 MBA를 취득한 사람도 상당수다.
뿐만 아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에 들어가는 신입직원 대부분이 경력을 쌓은 다음 가능한한 빨리 PEF로 옮겨갈 꿈을 꾸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