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여파로 단기자금시장의 수급사정이 빡빡해진 데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적인 긴축조치를 쓰지 않는다면 장·단기 금리차가 현 수준에서 크게 벌어지진 않겠지만 경기전망이나 채권시장 수급 동향에 따라 금리 역전 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금리가 0.1%P 높아

증권업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6일 현재 단기금리의 대표격인 91일물(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금리)은 연 4.94%로 장기물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연 4.84%)보다 0.1%포인트 높다.

1년만기 국고채(4.92%)와 3년만기 국고채를 비교해도 1년짜리 단기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지난 7일 이후 지속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해 11월22일만해도 CD 유통수익률(4.60%)과 3년만기 국고채(4.72%)의 금리차는 0.12%포인트였다.

그러나 지준율 인상 후 시중은행들이 추가자금 마련을 위해 앞다퉈 CD발행에 나서면서 CD를 비롯한 단기금리가 급등했다.

장기금리도 따라 움직이긴 했으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상승폭이 제한됐다.

특히 이달 들어선 장기물 금리가 계속 내림세를 보이며 역전된 장·단기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통화긴축ㆍ불확실성 여파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것은 지준율 인상이라는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정책과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은이 집값 안정을 위해 지준율을 인상하면서,단기금리가 급등했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은 전반적인 금리를 올려야 하는 '활황국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최근의 장단기 금리역전은 한은의 통화긴축정책으로 단기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가장 크지만 경기하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 둔화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엔 경기전망보다 채권시장의 수급과 통화정책 등이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연기금 등으로부터의 장기채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장기물 공급이 부족한 상황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경기는 급격히 위축되지 않았고 당초 우려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전망에 대한 설명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