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英煥 < 정보통신부 차관 vice@mic.go.kr >

지난달 강원도 오대산 일대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일어나 놀란 적이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한 우리나라지만,2000년대 들어서 연평균 40차례가 넘게 지진이 일어나고 강도(强度)도 점점 세지고 있다니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안심하긴 어렵게 됐다.

지진 조짐은 동물들이 가장 먼저 눈치 챈다고 한다. 실제로 2005년 일본 후쿠오카 강진(强震)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우리나라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에 있는 악어와 뱀들이 뭍이나 통나무 위로 올라가 꼼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부터 "미꾸라지가 물 위로 떠오르면 날씨가 나빠진다" "개가 땅을 파면 비가 내린다"라고 한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닌 듯싶다.

이처럼 동물의 뛰어난 육감(六感)을 현대 과학으로 잘 살려낸 것이 '센서'다. 빛이나 온도,움직임 등을 감지ㆍ판독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해방지,교통통제,재해방지 등 사회 각 부문에서 고루 쓰이고 있다.

USN,즉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는 센서를 IT 인프라인 네트워크와 연결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정보를 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센서 네트워크를 연결해 사람이 감시하는 것과 마찬가지 역할을 할 수 있어,특히 현장 시험 등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다.

제주도 성산과 우도에 설치된 USN 기반 기상관측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기온 기압 습도,풍향,강우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도로나 교량,문화재를 관리하거나 수질과 해양을 관측하는 데 시험 운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속도센서를 시범설치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여 볼 계획이다.

국내 USN 기반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서비스 모델 발굴이 이뤄지는 정도다. 하지만 국내 USN 시장 규모가 해마다 70% 넘게 성장하고 있고,기술 수준도 경쟁력이 높은 편이어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이끌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진을 알아채는 동물 중에서 메기가 가장 육감이 뛰어나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이 능력을 최첨단 장비에 연결해 자연재해를 예측하려 애써왔다. 이제 USN이 그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할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