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가운데 최초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의 오스왈드 그뤼벨 CEO(63)는 15일 기자회견장에서 오는 5월께 자신이 물러날 예정이며 미국인인 브래디 도건 미국 투자은행 사업부 사장(47·사진)이 후임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크레딧스위스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으나 예상치 못했던 CEO 승계가 전격 발표됐다.

그뤼벨 CEO는 투자은행과 프라이빗 뱅킹,자산관리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해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크레딧스위스의 최고 호황기를 이끌었다.

그뤼벨은 지난해 사퇴 의사를 표명해 이사회에서 후임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건 사장이 새 CEO로 임명된 것은 아시아와 유럽,미국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데다 투자은행 업무를 17년간 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크레딧스위스 이사회 관계자는 "위험이 높은 투자은행 사업에 은행의 많은 자본이 투자됐기 때문에 프라이빗 뱅킹 등 다른 분야보다는 투자은행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도건의 CEO 승계는 크레딧스위스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인사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크레딧스위스 직원 대부분이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인사로 외국 직원들도 얼마든지 높은 직책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도건 사장은 1990년부터 크레딧스위스에 합류해 2004년 사장에 오르면서 비용 절감과 도덕성 회복 운동 등을 주도했으며 특히 회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공개 업무에 집중해 큰 성과를 냈다.

도건 사장은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우호적이지만 언제라도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더 높은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