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력개발원의 이모 대리(31)는 설 연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짧은 연휴가 아쉬워서가 아니다. 지난달 말 지급된 이익분배금(PS)과 15일 나온 설 상여금까지 챙겨 연휴가 끝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얌체족들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특히 올해 설 연휴 전후로 공기업 채용이 많아 신입 및 2~3년차 경력사원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억지로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당부 정도만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기업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인사담당자들이 고민이다. 대체로 1~2월 사이에 회사 내부적으로 인사이동이 많은 데다 성과급과 설 상여금이 지급되면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직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 상여급을 지급하는 한 중견 가구업체 인사담당자도 "지난해 1월과 2월 퇴사자 비율이 다른 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며 "설 상여금을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회사에서 딱히 막을 방법은 없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취업포털 커리어(대표 김기태)가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남녀 직장인 1269명에게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전후로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응답자의 6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78.8%가 이직의사가 있다고 밝혀 인사담당자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직사유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6.5%가 "어차피 이직할 거라면 명절 상여금을 받고 나가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