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핵심 악재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어 하반기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올해에는 북핵문제 악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결렬, 부동산시장 불안, 환율 급락 등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악재들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은 채 이달 들어 조금씩 해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이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대선 정국이라는 정치 불확실성도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북핵, 한미FTA..해결 기미

최근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 문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는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는데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긴장은 어느 정도 녹아내리는 분위기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최종 단계에 도달하는 길은 아직 멀지만 관계국들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길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하반기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에서 양국의 대립 장벽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양측 대표단은 타협과 양보를 통해 절충점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13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핵심쟁점인)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등에서 진지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의견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측의 중요 요구 중 하나였던 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특례인정 논의도 6자회담 타결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부동산시장 안정, 환율불안 부담도 덜어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강력한 억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급등할 것이라는 일부 예측은 일단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의 아파트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에 송파(-0.21%), 강동(-0.05%), 서초(-0.03%), 강남구(-0.02%) 등 강남권 4개구의 아파트가격은 3주 연속 하락했다.

주로 재건축 대상의 약세로 인해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0.12% 떨어졌고 서초구는 0.13%, 송파구는 0.87% 각각 내렸다.

당분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환율 급등이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작년 12월7일 달러당 914.0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14일 현재 938.50원을 나타냈다.

미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현재는 연착륙 가능성이 우세한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말 성명에서 주택경기에서 부분적인 안정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동산가격 급락에 따른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비교적 `사자'쪽으로 기울어 오랜만에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경기전망 밝은가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내수가 회복돼야 하는데 그렇다는 신호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272만9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비해 25만8천명(1.1%)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이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 6월(25만5천명)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려면 수출보다는 소비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반기에 소비가 좋아질 것이라는 조짐은 고용통계 등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 급랭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 단계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과도한 가계부채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부동산가격의 낙폭이 커지면 소비 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미국경기 흐름,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엔화 약세,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치적 혼란의 지속 등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