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검토해온 사업이고 인쇄작업까지 들어간 상태인데 갑자기 교육부를 경제교과서 저자에서 빼겠다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노동계의 압력을 의식해서 '한발 빼고 싶다'는 의도 아닙니까."

14일 오후 3시30분 교육부 기사송고실 옆에 위치한 접견실은 기자들과 교육부 공무원들의 '설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경련이 공동으로 투자해 만든 경제교과서 모형이 '지나치게 재계 입장만 반영하고 노동계에 불리하게 쓰여져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돌연 저자명에서 교육부를 삭제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자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교육부의 태도 변화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측은 실제로 교육부가 책을 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저자 표기 부분을 수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으며 내용은 실제 집필을 맡은 한국경제교육학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교육부의 태도는 새 경제교과서 발간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처음 배포한 11일과 큰 차이가 있다.

당시 교육부는 경제교과서 모형이 당장 교과서로 쓰이지 않는 참고자료인데도 불구, '참고자료'가 아닌 '교과서'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번에 개발된 경제교과서 모형은 향후 새 교과서 개발의 편찬 체제 및 서술 방향 등의 모형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아울러 재계뿐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계 학계 노동계 등 다양한 인사를 경제교과서발전자문회의에 참여시켜 내용의 균형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물론 교육부의 주장대로 저자명의 부적절성을 뒤늦게 발견했을 뿐 다른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교조 등 노동계가 잇달아 새 경제교과서의 부적절성을 성토하는 성명을 낸 뒤늦은 시점에 사업의 공동투자자인 전경련과 협의도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이 과연 우연하게도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맨' 것이었을까.

'정책의 일관성을 기해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모토로 내건 김신일 부총리의 정책방향과 배치되는 교과서 해프닝으로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혼란만 부추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