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14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임금비교 통계는 충격적이다.

심리적으로 우리나라의 2~3배 수준일 것이라고 느끼고 있던 일본기업들의 임금이 이제 국내 기업들과 엇비슷해졌다는 점은 최근 엔저(低) 바람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영업과 맞물려 경제계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비록 대졸 초임이긴 하지만 한국이 일본기업들의 임금을 앞지른 것은 경악 그 자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제조업을 기준으로 1987년의 경우 한국기업들의 연 임금은 4800달러로 일본(2만5992달러)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06년에 이르러 그 격차는 0.74 대 1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졸초임의 경우 일본 대비 94.6%에 달해 거의 동일한 수준에 육박했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들의 경우는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의 대졸초임이 일본 기업을 앞지르는 양상까지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삼성그룹이 빠져 있어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평균 임금은 더욱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하고 있다.

◆"임금 역전현상 확대될 듯"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임금 격차가 이처럼 미세하게 좁혀진 이유는 일차적으로 원화 강세-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환율 탓이 크다.

2005년 엔화에 대한 원화의 평균 환율은 100엔당 930.70원이었으나 지난해엔 821.5원으로 11.7% 가량 떨어졌다.

경총의 이광호 전문위원은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일본 대비 한국 대기업들의 대졸초임 비중이 2005년 81.7%에서 94.6%로 높아졌다"며 "엔화 대비 원화강세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어 올해는 전체 기업의 대졸 초임 수준이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만 임금 올렸다"

하지만 환율 못지 않게 임금 상승에 높은 영향을 미친 요인은 생산성을 초과해 이뤄지고 있는 임금 인상 때문이다.

1997년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2005년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은 무려 192.1에 달했다.

101.7을 기록한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만 임금을 올린 꼴이 된 것이다.

또 국민경제 생산성과 평균임금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1987년부터 2006년까지의 10년간 생산성이 명목임금상승률을 앞질렀던 해는 1987,1995,1998년에 불과했다.

특히 1999년 이후에는 매년 임금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200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291달러로 대만(1만5559달러)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나 제조업 임금은 대만보다 무려 1.9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대만 기업들의 연평균 임금은 1987년 5808달러에서 1만5559달러로 2.7배 증가한 반면 한국기업들은 4800달러에서 2만9849달러로 무려 6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이번 임금비교 통계는 대졸초임을 비롯해 생산성을 앞지르는 임금을 잡지 못하면 산업 전반의 고임금구조를 깰 수 없고,그 결과로 국제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