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李 검증공방 가열 … 李측 대반격
당 경선준비위서도 논란 가열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간의 검증공방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 진영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그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온 이 전 시장 측이 본격적인 `공세모드'로 전환하면서 검증론의 첨병에 선 박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인 정인봉(鄭寅鳳) 변호사에 대한 `캠프 배제론'과 함께 출당, 당 윤리위 제소 필요성까지 거론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선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검증논란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말자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당사자인 정 변호사는 `독자행동'을 계속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설을 전후한 민심의 변화를 발판으로 지지율 반전을 모색하려는 박 전 대표와 굳히기를 시도하는 이 전 시장 간의 `양보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시장 측 주호영(朱豪英) 비서실장은 13일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 "법률특보란 원래 보좌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선거캠프에서는 현안에 대해 상의하고 보고하기 때문에 정 변호사의 돌출행동을 박 전 대표가 (진정으로) 말렸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박 전 대표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정 변호사가 박 전 대표의 제지에도 불구, 돌출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캠프에서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 변호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시장에게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다'는 의혹을 구정 밥상머리에 올리려는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비열한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는 철저히 검증받을 준비가 돼 있고 재산문제도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이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열리는 당 경선준비위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 전 시장 대리인으로 경준위에 참여하고 있는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절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면서 "오늘(13일) 오후 열리는 경준위에서 정 변호사에 대한 문제를 공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준위 이름으로 정 변호사에 대한 출당요구를 하던가 아니면 당 윤리위에 제소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면서 "박 전 대표 측에서 논의했다고 하는 `이명박 부정적 이미지 퍼뜨리기'에 대해서도 공식 조사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준위 멤버로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정병국(鄭柄國) 의원도 "정 변호사의 행위는 한나라당 전체에 손해를 줄 수 있는 해당행위"라면서 "경준위에서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학생의 틀린 답안을 채점해 주는게 네거티브라면 당연히 네거티브를 해야 한다"면서 "암 검사를 늦게 해 암이 커지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며 검증론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저도 법조인으로서 나름대로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며 (필요시) 진실한 것만을 발표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공식적으로 캠프 차원의 검증론은 자제하자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 대리인으로 경준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재원(金在原) 의원은 "이런 식으로 가면 박 전 대표 이미지도 흐려진다.
우리도 이런 식의 검증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 캠프 일각에서는 정 변호사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양측의 검증공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자칫 당분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지금의 검증 양상은 상대방을 전면 부정하는 전제 위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서로 간의 감정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면 나중에 수습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인사들이 검증을 하는 것은 신뢰를 받기 어렵다"면서 "당이 중심을 잡되 공신력을 갖추고 신뢰를 받는 인사들로 검증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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