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일선 점장의 현장 근무를 두 배로 늘리고 페이퍼 워킹(paper working·문서 업무)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일명 '마당쇠 점장 만들기 프로젝트'. 대형 마트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고객 밀착도를 높여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향후 업계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당쇠 모드'로 점포 분위기 일신

종업원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1000여 명의 ‘수장’인 점장을‘마당쇠’로 변신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8일.골자는 △‘후방 시설(매장과 떨어진 곳에 있는 직원용 사무실)’에 있던 점장실을 고객 서비스 센터 안쪽의 ‘쪽방’으로 옮기고 △정장 웃도리 대신 조끼를 입고 하루 6∼8시간씩 매장(현장)에서 근무하라는 게 골자다.

설도원 홈플러스 상무는 “업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며 “고객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개선 사항은 점장이 직접 해결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근무 지침이 바뀐 이후 홈플러스 점장의 하루는 180도 바꼈다.

양손에 무전기와 PDA를 들고 명찰 달린 조끼를 입은 채 종횡무진 매장을 돌아다니는 게 점장의 모습이 된 것.정장 차림에 팀장,매니저들과의 회의가 주요 일과였던 과거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셈이다.

박종찬 거제점장은 “예전처럼 매장을 단순히‘순시’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며 “신선식품 매장에서 저울도 달고,상품 포장 작업에 참여하는 등 직원과 함께 일을 하면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 초기이긴 하지만 직원 친절도에선 확실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홈플러스는 이와 함께 회의와 문서 작업을 예전의 절반으로 줄이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장을 비롯해 대다수 임원들이 문서작업에 익숙한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홈플러스의 변신은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이같은 전략이 업계의 환경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빅3’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만이 살 길이고 이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내세웠다는 것.
실제 홈플러스 15개을 비롯해 이마트(10개)와 롯데마트(9개) 등 ‘빅3’가 올해 추가키로 한 매장 수는 34개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전국 대형마트 수가 240여 개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인구 2만명 당 대형마트 하나가 들어서는 꼴로 절대적인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일부 점포들 중에선 적자 매장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도원 상무는 “‘당일완판’이라고 해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재고 제로’를 실행하고 있는 것도 홈플러스가 작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다른 대형마트와는 다른 홈플러스만의 특색을 계속 살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