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가 윷놀이다.

설이나 정월대보름이면 동네 남정네들은 사랑방이나 마당에 멍석을 펴고 "윷이야!"를 외치며 호흡을 맞췄고,안방에선 아낙네들도 윷판을 폈다.

왁자지껄한 놀이판에 참가자들이 추렴한 술과 음식까지 더해지는 그 재미란 화투나 카드,컴퓨터게임에 비할 바 아니다.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민속놀이로서 척사(擲柶) 또는 사희(柶戱)라고 불렀다.

도·개·걸·윷·모의 5개 말은 고조선을 구성한 5가(家) 부족연합체의 상징 동물이라는 설,부여에서 다섯 가지 가축을 5개 부족에 나눠주고 이를 경쟁적으로 번식시키기 위해 만든 놀이라는 설 등이 있다.

도는 돼지,개는 개,걸은 양,윷은 소,모는 말을 뜻한다고 하는데,도에서 모까지 상징동물의 빠르기 순으로 나열돼 있는 점이 흥미롭다.

도는 한 밭씩,모는 다섯 밭씩 가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윷놀이에선 윷을 잘 던지는 것 외에 말판을 쓰는 것도 중요해서 두뇌게임의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남의 말에 잡히지 않고 지름길로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말끼리 덧놓아 '두동산이'나 '석동산이',많게는 '넉동산이'까지 만들어 한꺼번에 움직이면 훨씬 빨리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민속놀이 가운데 윷놀이의 생명력이 가장 끈질긴 것은 이처럼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의 성격과 편을 갈라 승부를 가르는 경기적 요소,정초에 개인의 신수나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주술적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윷판에 그려진 29개의 동그라미는 정중앙의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28개의 별자리를 나타내며 윷가락의 둥근 부분은 하늘,평평한 부분은 땅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옛 사람들은 정초의 윷놀이를 통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는데,황해도 장연의 '시절 윷놀이'는 산패와 들패로 편을 갈라 산패가 이기면 밭농사가,들패가 이기면 논농사가 잘되고 양편이 비슷한 점수를 내면 두 가지 농사가 모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 정초에 윷을 세 번 던져 그것에 맞는 점괘를 찾아내 그 해의 신수를 풀기도 했다.

한편 윷은 박달나무나 붉은 통싸리나무로 만드는데 지름 3cm가량의 나무를 한뼘 남짓한 길이로 잘라 이를 둘로 쪼개 만든 장작윷(가락윷)과 작은 밤알 만하게 만든 밤윷의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사용했던 밤윷은 간장종지 같은 데에 윷을 넣어 손바닥으로 덮어 쥐고 흔든 다음 바닥에 뿌렸다.

북부지방에선 콩이나 팥을 반으로 쪼개 밤윷처럼 놀기도 했다.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들과 다함께 외쳐보자.윷이야!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