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결혼하는 시대다. 자신의 삶이 돼야 구입한다."(이어령 교수)

"PC도 MP3처럼 완전히 패션 영역에 들어왔다."(이상봉 패션디자이너)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인텔코리아가 주최한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미래 한국산업의 원동력' 좌담회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교수,이상봉 패션 디자이너,김원철 건축 디자이너,김명중 삼성전자 PC 수석 디자이너,박성민 인텔코리아 마케팅본부장 등은 PC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선보였다.

이어령 교수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제 PC와의 연애는 끝났다"고 말했다.

보기 좋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하고 가끔 쓰기 때문에 좋은 점만 보이던 연애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PC는 이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필요로 한다"며 "연애시대는 끝나고 결혼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결혼시대의 PC는 연애시대의 PC와 역할이 다르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연애시대엔 갖고 싶다는 본능만 있어도 PC를 구입했지만 결혼시대엔 갖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본능 레벨)나 써 보니 편하고 좋다(행동 레벨)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삶이 될 수 있어야 구입하게 된다.

그는 이런 본능 레벨과 행동 레벨이 조화된 단계를 '내재적 레벨'이라고 칭했다.

이 교수는 연필을 예로 들었다.

"동그란 연필은 잡기 쉽지만 쉽게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보존이 어렵다.

그렇다고 사각형으로 만들면 보관하기는 편해도 잡기는 어렵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육각형 연필이 스탠더드가 됐다.

보기 좋은 것과 쓰기 좋은 것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PC에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르도 TV,레이저폰과 같은 첨단 아이콘이 PC에서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예측도 나왔다.

이상봉 패션디자이너는 "휴대폰 MP3 TV 등은 이제 완전히 패션의 영역에 들어섰다"며 "PC는 가장 늦었지만 의류와 같은 패션의 영역에 곧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예측한 것은 작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컬렉션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당시 컬렉션에선 옷에 달린 버튼 하나로 옷 모양과 실루엣,색깔 및 크기까지 변하게 하는 제품이 선보였었다.

그는 과학이 감성과 결합할 때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생각한다.

이 디자이너는 "이동하고 장착하는 PC뿐 아니라 심지어 PC의 일부 부품만 옷에 붙이고 다니면서 내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도 있을 정도로 PC를 의류와 접목하고 패션 아이템으로 적용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철 건축디자이너는 PC가 생활과 더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PC는 쓸 때는 유용하지만 전원이 꺼지면 방 안의 흉물로 변한다.

아직까지 PC가 생활 속의 살림살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명중 삼성전자 수석 디자이너는 최근 인텔의 '코어2듀오'가 저전력과 높은 효율성으로 PC가 생활 밀착형이 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효율성이 높은 칩 개발로 PC가 다른 기기와 연결되고 디자인하기 편하게 됐다"며 "PC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휴대폰은 더 이상 전화가 아니고 PC는 컴퓨터가 아니다"라며 "컴퓨터가 아닌 PC를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PC의 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C가 계산하는 본래의 기능에서 전혀 다른 기능,이를테면 엔터테인먼트나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는데 예전의 관념으로 PC를 재단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