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오는 3월 말 시한을 50일 앞두고 열린 이번 협상은 사실상 타결 여부를 결정 지을 '승부처'이다.

그런 만큼 양국은 가장 큰 걸림돌인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반덤핑) 등 핵심 쟁점의 절충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뼛조각이 발견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태식 주미 대사는 1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 의회의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회 비준뿐 아니라 행정부 간 FTA 타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무역촉진권(TPA) 시한 내에 협상을 끝내려면 3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점에 비춰 쇠고기 문제도 그때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요구"라며 "쇠고기만 해결되면 행정부나 의회 모두 의지가 있고 필요성도 강해 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 쟁점 타결의 실마리를 풀어내 '8차 타결'의 가교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무역구제 등 연계 타결 시도

1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이다.

작년 12월 5차 협상 이후 공전된 만큼 3월 말 타결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에 반드시 이들 쟁점을 풀어내야 한다.

최대 관건은 미국이 한국의 무역구제 개선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다.

미국이 무역구제에 답을 준다면 자동차 의약품 문제도 연쇄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한국은 이번에 '산업피해 판정시 한국산 비합산' 등 무역구제 관련 기존의 6가지 요구를 일부 수정해 제시한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편' 및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 요구를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문제는 미국이 무역구제 개선을 무척 꺼린다는 데 있다.

미 행정부는 올 7월1일 만료되는 TPA 연장을 위해 의회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의회가 반대하는 무역구제법 개정 사항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종훈 수석 대표는 "미 민주당의 의회 장악 등으로 미 협상단이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역구제 요구와 미국의 자동차 의약품 관련 요구를 어떤 수준까지 맞춰 절충할 수 있는가가 이번 협상의 관심사다.

다만 자동차 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해도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차 이후 최고위급에서 타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와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7차 협상을 앞두고 "적기 타결을 위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자"고 합의할 만큼 양국의 타결 의지는 확고하다.

양국은 최종 타결을 위해 3월 말 정상 회담을 포함한 최고위급 수준의 협상도 추진 중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2월 7차 협상과 3월 8차 협상 중간에 고위급 회담을 하고 8차 협상을 끝내고 나면 쟁점의 97~98%는 정리될 것"이라며 "8차 이후에 최고위급 회담을 열어 타결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