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신(新)세대'다. 자정을 넘긴 9일 새벽 서울 청담동 모 클럽에서 열린 고려대 졸업파티. 화려한 조명과 첨단 LCD모니터로 장식된 세련된 파티장 내부로 들어서면 정장이나 드레스 차림의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귀를 울리는 댄스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각양각색의 칵테일잔을 기울이는 이들은 분명 서구식 파티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지난해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이런식의 졸업파티를 선보인 이후 올해에는 고려대가 대열에 동참했다. 교내에서 조촐하게 다과를 즐기는 형식에서 벗어나 고급 호텔이나 클럽에서 대규모 파티를 여는 것. 물론 학교의 공식 행사는 아니다. 파티플랜 동아리 등이 주최하는 일종의 학생자치 행사다.

이날 고려대 파티의 주제는 '베이비샤워'. 서양에서 임신 8개월께 임부를 위해 여는 파티를 학생들은 '진정한 사회인으로 재탄생한다'는 취지에서 사용했다. 포커패 만들기,경품 이벤트,댄스타임으로 이어진 파티는 새벽 4시가 돼서야 끝났다. 주최측은 "건전한 '놀이문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우려는 적지않다. 무엇보다 명분이 분명치 않다. 이날 파티에선 한 행사요원이 탱크톱과 핫팬츠 위에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도대체 '졸업'의 의미나 '지성'을 찾기 힘들었다. 올해 이 학교 졸업예정자는 4500여명. 비단 졸업생만을 위한 파티는 아니었지만 약 300여명의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타학교 학생들인데다 그저 하룻밤 놀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잡코리아 현대증권 등 일부 기업이 현금지원 등 후원을 하고 나섰다. 바로 '대학 간판'이 훌륭한 홍보 및 광고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졸업파티가 모험적인 '문화 시도'인지, 아니면 학교 이름을 내건 '상업성 돈벌이'로 전락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파티가 연례화되고 점차 확산되는 상황에서 입장료(2만~5만원)를 지불하고서라도 자신들의 젊음과 졸업을 자축하겠다는 신세대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학생 고유의 창조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은 왠지 숨기기 힘들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