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불만,아쉬움…' 9일 단행된 특별사면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여러갈래로 갈렸다.

그룹마다 각기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날 하루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펼쳐졌다.

일단 재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환영이다.

사면에 경제인이 다수 포함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사면 발표 직후 공동논평을 내고 "기업의 사기진작과 경제활력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총수나 오너가 사면받은 그룹도 한껏 고무됐다.

다만 형평성 논란 등으로 여론의 역풍이 불지 않을까 표정관리에 신경쓰는 모습들이었다.

두산그룹은 박용성 전 회장이 사면된 데 대해 "다행스럽고 반가운 조치"라며 "두산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두산은 박 전 회장의 행동반경이 넓어져 현대건설 대우조선 등의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뿐더러,박 전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사면에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지만 "오너 부재의 경영상태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크게 안도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장세주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할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사면 대상에서 빠진 기업인과 그룹들에선 실망과 불만이 교차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크게 낙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출신 임직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는 다음 주 서울역 인근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박태웅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은 "김 전 회장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김 전 회장이 사면돼 세계경영에 대한 재평가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건설과 진로그룹 출신 임직원들도 이번 사면에 적지 않은 불만을 드러냈다.

최원석 전 회장과 장진호 전 회장이 이번 사면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의 전직 임원들은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등을 지원받지 못하고 무너진 기업의 오너들은 모두 빠졌다"며 "당시에도 (정부로부터) 형평성이 결여된 대접을 받았는데 이미 힘을 잃은 사람들을 또다시 소외시켜 서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빅3 그룹은 "정부가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향후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좀더 신중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강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사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제인은 절반도 안 되고 정치인과 공직자 등이 훨씬 많다"며 "대선을 앞두고 재계보다는 구(舊)여권 등 정치권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할 소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사면을 건의한 81명의 경제인 가운데 이번에 사면된 인원은 43명에 그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