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소재 중견 자동차부품 생산 업체인 화승알앤에이 노동조합은 9일 임금 동결은 물론 인원 감축까지를 포함한 모든 임단협 결정 권한을 사 측에 위임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회사에 제안했다.

노조가 임단협의 주요 내용을 회사 측에 일임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인원 감축까지 포함시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화승알앤에이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주요 납품업체인 현대자동차 파업 등으로 부품업체들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매출 5000억원 규모에 직원수 980명인 화승알앤에이는 자동차용 고무호스와 창틀고무(웨더스트립) 등 생산 제품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화승알앤에이 노조는 이날 경남 양산 본사에서 노사한마음 결의대회를 갖고 임금 동결,인원 감축 및 근무인원의 탄력적 운영 등을 포함한 모든 임단협 결정을 회사 측에 일임했다고 밝혔다.

김상읍 노조위원장은 "현대자동차 파업과 원자재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환율 압박 등으로 자동차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가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다"며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비상경영 체제 제안은 회사 측이 근로자를 가족처럼 여기고 이익이 나면 처우 개선을 해주는 등 신뢰가 구축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노사 마찰이 심한 자동차업계에 자극이 돼 일자리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영립 총괄 부회장은 "노조가 먼저 비상경영 체제를 제안해 부담이 더 커졌다"며 "경쟁력을 키우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번 노사 화합을 발판으로 지난해 1조원대였던 그룹(화승알앤에이,화승소재,화승공조,화승비나 및 해외 법인) 매출을 2010년 1조8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세계 10대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승알앤에이는 지난해 매출이 5086억원으로 2005년(4447억원)보다 13.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40억원에서 100억원(추산)으로 줄었고,올해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 왔다.

회사의 한 직원은 "올해 국내 경영환경 악화에다 국제 자동차 부품업체와의 경쟁마저 치열해져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직원들이 동의해 이 같은 과정을 이끌어내 기쁘다"며 "비능률적인 부분을 고치고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를 키우고 일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