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세금소송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8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우리은행,국민은행 등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세금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이들 은행이 소송으로 돌려받게 된 세금만도 410억여원. 어지간한 기업의 한 해 매출액에 육박한다.

가장 득을 본 곳은 우리은행이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금융감독원은 부실해진 은행들을 상대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대손충당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을 내다판 은행들에 정부가 약속한 것은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면세.

우리은행(당시 한일은행)은 부동산을 팔아 양도차익만 1998년 23억원,1999년 501억여원을 얻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자구계획서'를 제출해 기사회생했던 우리은행은 이로부터 수년이 지난 2005년 125억9400여만원의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세무 당국은 "면세에 대한 조건으로 부실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돈인 기업합리화적립금을 쌓으라고 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우리은행은 지난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 지난달 23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1998년과 1999년 우리은행이 기업합리화적립금을 쌓지 못한 것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적립할 재원이 없었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일에도 직원들에게 해준 주택자금대출과 관련해 세무서가 부당하게 낮은 이자로 해줬다며 매긴 법인세에 대해서도 소송을 내 2억원의 법인세를 '절감'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과 하나은행,신한은행,국민은행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받았다가 세금전쟁을 치렀다. 이들 은행은 삼성자동차에 대출을 해줬다가 삼성차가 경영이 악화되자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대신 넘겨받았다. 하지만 세무서와 은행은 '적정가격'이 없는 비상장 주식을 두고 각각 다른 셈법을 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삼성생명 주식을 33만2000원,신한은행은 29만1000원,씨티은행은 27만원으로 계산했다. 세금부과의 칼자루를 쥔 세무서는 "이 회장이 주식을 1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지 않았느냐"며 이들 은행에 284억원의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생명 주식은 7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284억원의 세금을 피할 수 있었다.

세금소송을 전담하고 있는 조춘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과거와 달리 법정 소송을 통해 세무당국의 부당한 과세에 맞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