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빨아 하늘에 널면… 유영금씨 첫 시집 '봄날 불지르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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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현대시'로 등단한 유영금 시인(50)이 첫 시집 '봄날 불지르다'(문학세계사)를 펴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시집엔 파격적인 시가 많이 들어 있다.
'솔직히 말할게/더 이상 목구멍으로 삼킬 수가 없어/네게서 똥내가 풍긴 지 오래야/손가락으로 집기만 해도 토악질이 나/코를 자르고 싶어 눈알이 뒤집혀/…더 솔직히 말할까,암매장할래 너를'('삶에게'중)
지독히도 염세적인 시인의 생각은 아픈 이력과 맞닿아 있다.
시인은 1995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장골을 잘라 목뼈 사이로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맸다.
다시 걷지도 못하고,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2년을 병원에서 사투하는 사이 믿었던 남편은 술집에서 눈이 맞은 여자에게로 떠나버렸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결혼을 믿지 않는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색다른 꽃향의 암수술이나/숫내가 짙은 산짐승을 몰래 킁킁거리다/파뿌리로 늙자던 궁색한 거짓말/똥이다//산 입구에서 지껄였던 개소리/농담이다//제 발로 들어선 감옥/없는 문을 부수는 짓이다'('결혼,똥맛이더라' 중)
그렇지만 시인이 삶과 결혼에 냉소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다.
있다는 건 호사스런 엄살이다.
고통은 마음을 씻어주는 물'이라며 생(生)에 대한 끈질긴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햇살보다 눈부시다//해질 무렵/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서랍 깊이 넣어 둔다//우기의 나날에도/곰팡이가 피지 않게/나프탈린 몇 알과,'('살아내기' 전문)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시집엔 파격적인 시가 많이 들어 있다.
'솔직히 말할게/더 이상 목구멍으로 삼킬 수가 없어/네게서 똥내가 풍긴 지 오래야/손가락으로 집기만 해도 토악질이 나/코를 자르고 싶어 눈알이 뒤집혀/…더 솔직히 말할까,암매장할래 너를'('삶에게'중)
지독히도 염세적인 시인의 생각은 아픈 이력과 맞닿아 있다.
시인은 1995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장골을 잘라 목뼈 사이로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맸다.
다시 걷지도 못하고,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2년을 병원에서 사투하는 사이 믿었던 남편은 술집에서 눈이 맞은 여자에게로 떠나버렸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결혼을 믿지 않는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색다른 꽃향의 암수술이나/숫내가 짙은 산짐승을 몰래 킁킁거리다/파뿌리로 늙자던 궁색한 거짓말/똥이다//산 입구에서 지껄였던 개소리/농담이다//제 발로 들어선 감옥/없는 문을 부수는 짓이다'('결혼,똥맛이더라' 중)
그렇지만 시인이 삶과 결혼에 냉소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다.
있다는 건 호사스런 엄살이다.
고통은 마음을 씻어주는 물'이라며 생(生)에 대한 끈질긴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햇살보다 눈부시다//해질 무렵/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서랍 깊이 넣어 둔다//우기의 나날에도/곰팡이가 피지 않게/나프탈린 몇 알과,'('살아내기' 전문)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