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협박하면 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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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제이유그룹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가 취조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오히려 보복수사를 당했다는 또 다른 피의자의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내부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7일 브리핑에서 사견임을 전제한 뒤 "피의자들과 있다 보면 여러 얘기가 오갈 수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차라리 양성화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죄협상제'라고도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도 2년 전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입을 논의했지만 '검찰의 수사 편의주의'란 여론의 반대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검사들은 피의자나 참고인의 확실한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플리바게닝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범죄자와 어떻게 타협을 할 수 있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번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얘기를 또다시 꺼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됐던 검사는 있는 사실을 갖고 협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없는 말까지 만들라고 피의자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그가 벌인 행위는 플리바게닝이라기보다는 '강요'와 '협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논의한다는 것은 검찰이 거짓 진술을 미끼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결과밖에 낳지 않을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
검찰 내부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7일 브리핑에서 사견임을 전제한 뒤 "피의자들과 있다 보면 여러 얘기가 오갈 수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차라리 양성화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죄협상제'라고도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도 2년 전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입을 논의했지만 '검찰의 수사 편의주의'란 여론의 반대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검사들은 피의자나 참고인의 확실한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플리바게닝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범죄자와 어떻게 타협을 할 수 있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번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얘기를 또다시 꺼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됐던 검사는 있는 사실을 갖고 협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없는 말까지 만들라고 피의자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그가 벌인 행위는 플리바게닝이라기보다는 '강요'와 '협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논의한다는 것은 검찰이 거짓 진술을 미끼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결과밖에 낳지 않을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