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상법쟁점 조정위원회가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 회사기회유용금지 등의 3개 핵심 현안을 모두 상법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김성호 법무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친화적 법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공언(公言)해오던 터여서 더욱 그러하다.

이들 조항이 기업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의 폐해는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모(母)회사의 자(子)회사 지분이 50%를 초과할 경우 모회사 발행주식 1%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무분별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그런 까닭에 자회사 경영은 소극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고 자회사 설립을 통한 외자 유치 등의 경영활동 역시 대폭 위축될 게 틀림없다.

물론 법무부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실질적 지배관계가 성립할 때만 소송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에 남소(濫訴)의 우려는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소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실질적 지배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고 보면 그런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독립된 법인격을 갖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중대표소송은 법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게다가 30대 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48%,공기업 계열사의 60%가 이중대표소송의 대상이 되는 형편이어서 더욱 걱정이 크다.

회사기회유용금지 및 집행임원제 또한 과잉규제이기는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회사 관련 사업을 활용하는 경우 이사회 승인을 먼저 얻도록 하겠다지만 지금도 이사회 승인을 얻으면 회사기회유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필요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집행임원제 역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이 아니고 보면 왜 만들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나중에 강제규정으로 바뀌어 기업을 억압할 것이란 우려만 높일 뿐이다.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안이 정부 최종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닌 데다 일부 조정위원의 경우는 합의 의사를 번복하기도 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최종안에는 기업하기 좋은 법환경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업친화적 법환경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제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