薛東勳 < 전북대 교수·사회학 >

지난달 16일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서는 2006년 자국의 합계출산율이 2.0,출산아 수가 83만900명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2006년 출산율 2.0은 가톨릭 국가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아일랜드(2005년 1.99)와 수위를 다투는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1995년 1.71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으로 끌어올렸다. 그 원동력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있다.

프랑스 정부는 양성평등을 생활화하고 보편적 복지제도를 완비해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경비와 수당 지원뿐 아니라,출산ㆍ육아휴직 제도 지원,보육시설 확충 등에 연간 410억 유로를 지출한다. 다양한 출산 장려와 양육 지원 등 가족정책에 쏟는 예산만 국내총생산의 2.8%에 달한다.

프랑스에서 출산장려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사회문화적 환경도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사회는 관용(tolerance)의 정신에 입각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그 각각에 대한 지원에서 일체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상태에서 동거(同居)하는 부부의 자녀,미혼모의 자녀,합법적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또는 이민자의 자녀들도 일반 프랑스 가족의 자녀와 동등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정부는 저출산ㆍ고령화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부터 노후의 마지막 생애까지 희망차고 행복하게"라는 뜻의 신조어인 '새로마지 플랜'을 골자로 하는 '제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을 거스르는 두 가지 움직임이 있다.

첫째,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저 출산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35만건에 달하는 인공임신중절(낙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2005년 출생아 수 43만8062명의 7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낙태 건수의 40.0%인 14만건이 미혼모의 사례인데,그들의 대부분(95%)은 낙태 사유로 경제적 궁핍 또는 미성년자라는 점 등을 꼽고 있다.

둘째, 2005년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 3562명 가운데 2101명이 국외로 입양됐다. 이는 국외입양이 가장 많았던 해인 1985년 8837명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기는 하지만,1969년 1190명의 1.8배에 달할 정도로 많다. 국외입양아 중 64.4%(1353명)가 남자고,국내입양아 중 67.0%(979명)가 여자다. 그것은 이성불양(異姓不養)과 출가외인(出嫁外人) 관념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가계 계승에서 부계혈통을 중시하는 성차별 풍조가 국내입양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다.

한편 재외동포재단의 '국외입양인 백서'에 따르면,1956∼2005년 국외입양인의 가정 배경은 미혼모 62.5%,기아(棄兒) 19.1%,결손가정 18.3% 등의 순으로 많았다. 정부는 2006년 12월 '모부자복지법'을 개정해 미혼모 보호와 그 자녀의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정부는 올 1월부터 국내입양 활성화를 통해 국외입양 감소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5개월간 국내입양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후 국외입양을 추진하는 '국내입양 우선추진제'를 실시하고 있다.

낙태와 국외입양을 줄이며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미혼모 보호와 아동 양육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것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정상가족'(normal family) 또는 '표준가족'(standard family)의 환상에 사로잡혀 제정한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해 가족의 범주에 '사실혼에 기초한 공동체' '아동을 위탁받아 양육하고 있는 공동체' '후견인과 피후견인으로 이뤄진 공동체' 등도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한부모가족ㆍ조손가족ㆍ장애인가족ㆍ국제가족ㆍ노인단독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출산 장려 정책의 파급력이 여러 형태의 가족에 골고루 미치지 않는 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게 프랑스 성공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