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몽구 현대 기아차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은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재계의 잇단 선처 건의와 탄원을 외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 회장에게 실형이 내려져 현대차가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상의를 비롯한 경제계가 "경제회생에 대한 정 회장의 역할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향후 재판과정에서 정 회장에 대한 선처가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재계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포함해 지난해 이후 수차례에 걸쳐 기업인 사면(赦免)을 꾸준히 건의해 왔다. 이는 기업인들의 실정법 위반을 부정하거나 특혜를 베풀어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국가경제발전에 공로가 컸던 기업인들에게 다시한번 헌신할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사실 그동안 비자금과 관련된 이런 저런 잘못된 관행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기업인들만의 책임이라기보다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임도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들에게 화해와 관용을 베푸는 것은 우선 고도성장기에 빚어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고 미래를 위해 국민대화합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장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투자부진 등으로 성장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반기업정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기업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래서는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시급한 것은 생산주체인 기업을 격려하고 기를 살려주는 일이다.

이번 정 회장의 실형선고에 대해 경제계가 실망을 표시한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현대 기아차는 해외경쟁업체들로부터 집단 협공(挾攻)을 받고 있다. 만에 하나 현대 기아차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기업인들이 다시한번 신발끈을 조이고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정부는 물론 사법당국이 직시(直視)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