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품과 미술작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 일류상품의 조건 중 하나로 디자인이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냉장고나 의류 가전제품에 미술작품을 활용하는 것이 그 예이지요.

기업들이 실제 필요한 것은 상품 디자인인데도 그동안 공연 영화 등에만 지원이 편중돼 온 느낌입니다.

기업들의 작가후견인제도를 신설해 '1기업 1화가 자매결연'운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3일 취임한 한국미술협회 노재순 신임 이사장(60)은 임기 3년 동안 기업과 작가가 '윈-윈'하는 미술메세나활동을 적극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기업들은 감성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지요.

작가들이 기업의 상품디자인 등 마케팅에 조언해주고 기업은 작가를 지원해주면 '상생'하게 됩니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미그리트'전에 기업 최고경영자가 많이 다녀간 것도 미술·디자인을 모르고는 일류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색'을 잘 아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상품에 활용해야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노 이사장은 최근 터진 '미술대전 심사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금품수수설·무자격자 회원설 등 각종 루머에 대한 의혹이 조만간 풀릴 것"이라며 "이런 문제로 미술인들의 자존심이 다시는 짓밟히지 않도록 미술대전 시스템 개혁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타성에 빠져 있는 미술대전의 개혁안 등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다음 달 초에는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미술대전 운영규정 개정 공청회를 열겠습니다.

한국미술협회 위상 정립을 위해 심사 규정도 대폭 바꿀 생각입니다."

그는 또 미술대전 심사위원 수를 7~8명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이사장과 협회 임원 등이 미술대전운영위원회에 아예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심사과정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인터넷 심사 실명제'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협 고문 가운데 김흥수 김형근 하종현 민경갑 이태길 구자승 오승우 서승원 등 15명이 중심이 된 '미술대전 정화협의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또 재정난 타개를 위해 내년부터는 '코리아아트페어(가칭)'를 개최해 작가들의 시장 진출 통로를 열어줄 방침입니다."

노 이사장은 홍익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18차례 개인전을 치른 서양화가로 직전 미협 집행부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해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