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있듯이,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을 쉽게 한다.

서로 통하면 우리다.

하지만 '우리'를 부르짖는 동네일수록 사람들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분쟁과 갈등을 경험한다.

'우리와 그들,무리짓기에 대한 착각'(데이비드 베레비 지음,정준형 옮김,에코리브르)은 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누가 우리 편인가 또는 그들인가로 구분하는 것은 '타고난' 것도 아니고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런 '인간부류'의 구분을 '부족적 사고'의 결과라고 한다.

국민성,지역성,정상인,심지어 기독교도 등으로 구분되는 인간 부류는 실체가 아니라 인간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다.

어느 것을 '선택'함으로써 '우리'와 그들의 구분이 생겨난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할 때,이것이 부족적 사고다.

이 구분은 우리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심지어 스스로 믿는 부족의 정체성에 맞추어 행동한다.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미국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는 이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시아인임을 상기시켜준 여학생들은 여성임을 상기시켜준 학생들보다 수학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시아인은 수학을 잘하고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부족적 사고의 영향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저자는 마치 한국 사회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리'와 '그들'의 갈등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 듯하다.

'우리'의 틀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힘들다.

'그들'이 문제이고 '우리는 항상 옳다'라고 믿는 심리를 보여준다.

우리와 남을 구분하면 할수록 나의 자존심이 살고 또 나의 존재도 정당화된다.

혹시라도 우리가 시도했던 일이 실패한다 해도,그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고 또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나의 실패나 책임을 누군가 지적하면 그것은 '우리'에 대한 공격이다.

마치 우리 대통령과 그의 정책 보좌관들이 보이는 행동을 묘사한 듯하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부족적 사고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동산 폭등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바로 '우리'와 '그들'의 구분이 만들어내는 착각이다.

부동산이 문제라고 모두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책은 강남에 사는 '그들'과 그렇지 않은 '우리'라는 도식에서 시작한다.

결과는 항상 부동산 폭등의 혜택을 보는 '그들'과 그렇지 못한 '우리'로 구분된다.

이 책은 고객충성심이 왜 생겨나는지,안티 소비자 집단이 어떤 심리인지,심지어 '열린우리'라는 대한민국의 여당이 왜 사분오열로 쪼개어지는지 등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충성스러운 고객' 또는 '우리'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대한민국 집권여당은 '우리와 그들,무리짓기에 대한 착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510쪽,2만원.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