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김영애씨(42)는 애완견 옷을 사기 위해 오랜만에 인근 애완용품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우후죽순 들어섰던 애견용품점 미용실 동물병원이 최근 대부분 사라진 것. 김씨는 "단골로 거래하던 곳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펫(pet) 비즈니스'가 장기불황의 여파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펫 비즈니스란 단순히 애완동물을 분양하는 판매업뿐만 아니라 애완용품점,동물병원,애완동물 전문 미용실 등과 같은 업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

애완동물 붐이 한창이던 2003년,펫 비즈니스의 폭발적 성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서울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애완동물 전문 판매점과 동물병원,애완용품점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충무로와 퇴계로 애견거리는 점포 수가 4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충무로에서 애완동물 분양업을 하고 있는 조모씨는 "애완동물 숍이 철수하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상가 등이 들어서고 있다"며 "과거 50여개의 숍이 밀집해 있던 이 거리에 이제 고작 20개 정도가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완동물 가격도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60만~70만원 선이던 생후 3개월짜리 강아지가 최근 20만~25만원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값싸게 강아지를 살 수 있다보니,기르던 개를 잃어도 찾지 않는 바람에 버려진 강아지인 유기견 숫자도 연간 6만5000여마리에 달하는 등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업계에선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저가 경쟁까지 나타나 관련산업 전체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충무로 애견거리와 대치동에서 대형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신근 박사도 "대치동 일대에서만 최근 3군데의 동물병원이 문을 닫았다"며 "수의사들은 자꾸 늘어나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의사들끼리 사소한 것을 놓고 법정 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료 및 애완용품 등 관련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03년 5091만달러(금액 기준)와 3913만㎏(무게 기준)에 달하던 사료 시장 규모가 2005년 4501만달러(-11%),2567만㎏(-34%)로 대폭 줄어들었다. 인기 애견식인 '사이언스 다이어트'를 수입ㆍ판매하는 성보사이언스텍의 권태은 영업부장은 "이러한 시장 규모 축소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며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애완견 붐이 일어 관련 산업이 크게 팽창했다가 이후 애완동물 신규분양이 급감하고 동물 노령화로 인해 용품 소비가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내년 초 애완동물 등록제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펫 비즈니스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입신고는 물론 사망신고까지 해야 하고 이름표를 안달면 벌금도 내야 하는데 누가 애완동물을 마음 편히 사려고 하겠느냐"며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려다 자칫 애견산업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기·이관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