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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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까지만 해도 밤이 되면 호롱불에 의존하는 집이 많았다.
기름냄새가 진동하고 그을음으로 다음날이면 콧구멍이 시커멓게 되기 일쑤였지만 가물거리는 빛이라도 이용할수 있는 집안 사정을 다행으로 여겼다.
호롱불 밑은 어머니가 해진 옷을 꿰매면서 숙제를 하던 자녀들과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했다.
모두들 궁핍했던 시절인지라 비싼 석유를 태우는 호롱불을 아껴써야 했다.
석유가 빨리 닳아 없어질까봐 심지를 돋울 수도 없었다.
호롱불 한 개를 갖고 방과 부엌 사이에 놓고 사용하는 집도 있었다.
시인 노산 이은상은 활황(活黃)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호롱불은 방문만 잠깐 열었다 닫아도 꺼지고,앉았다 일어만 나도 꺼지고,기침은 커녕 하품만 하여도 꺼지는 것이어서 ,방자한 행동은 도무지 용서하지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거수 일투족을 지극히 근신해야 하는 그것이 어떻게 재미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이 호롱불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충북 보은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류제덕씨(61)는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9년째 내고 있고 전남 함평에 사는 모복덕 할머니(68)은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증했다고 해 관심을 끈다.
마치 호롱불처럼 세상을 밝혀주는 사람들이 아닐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옳은 길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 분들이외에도 드러나지않은 선행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없는 살림에 절약과 저축을 통해 모은 돈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결단이 아니다.
수억원이나 수십억원을 기증하는 부자와 비교한다면 금액면에서는 훨씬 적지만 그곳에 담긴 정성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수 없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절약 없이는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으며,절약하는 자 치고 가난한 자는 없다"고 말했다.
절약을 생활화하고 근면하게 일하며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이들 농부들이야말로 진정한 부자이고,이시대의 호롱불이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
기름냄새가 진동하고 그을음으로 다음날이면 콧구멍이 시커멓게 되기 일쑤였지만 가물거리는 빛이라도 이용할수 있는 집안 사정을 다행으로 여겼다.
호롱불 밑은 어머니가 해진 옷을 꿰매면서 숙제를 하던 자녀들과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했다.
모두들 궁핍했던 시절인지라 비싼 석유를 태우는 호롱불을 아껴써야 했다.
석유가 빨리 닳아 없어질까봐 심지를 돋울 수도 없었다.
호롱불 한 개를 갖고 방과 부엌 사이에 놓고 사용하는 집도 있었다.
시인 노산 이은상은 활황(活黃)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호롱불은 방문만 잠깐 열었다 닫아도 꺼지고,앉았다 일어만 나도 꺼지고,기침은 커녕 하품만 하여도 꺼지는 것이어서 ,방자한 행동은 도무지 용서하지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거수 일투족을 지극히 근신해야 하는 그것이 어떻게 재미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이 호롱불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충북 보은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류제덕씨(61)는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9년째 내고 있고 전남 함평에 사는 모복덕 할머니(68)은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증했다고 해 관심을 끈다.
마치 호롱불처럼 세상을 밝혀주는 사람들이 아닐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옳은 길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 분들이외에도 드러나지않은 선행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없는 살림에 절약과 저축을 통해 모은 돈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결단이 아니다.
수억원이나 수십억원을 기증하는 부자와 비교한다면 금액면에서는 훨씬 적지만 그곳에 담긴 정성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수 없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절약 없이는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으며,절약하는 자 치고 가난한 자는 없다"고 말했다.
절약을 생활화하고 근면하게 일하며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이들 농부들이야말로 진정한 부자이고,이시대의 호롱불이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