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500여명의 정·재계 거물들은 매년 1월 말이면 어김없이 스위스의 작은 시골 마을 다보스로 모여든다.

교통이 불편하고 숙박시설도 부족하지만 파워 엘리트들은 참가비와 연회비 등 3000여만원(초청자 제외)을 아낌없이 낸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 연차총회에서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재개 등 메가톤급 뉴스를 터뜨리며 성공 신화를 이어갔다.

올해는 정부 수반 24명,각료급 85명이 참석하는 등 참가자 수준도 높아졌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글로벌 의제 및 이슈 선점

다보스포럼은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1971년 창설한 '유럽 경영 포럼'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유럽 기업인들이 스키 휴양지에서 심신의 여유를 찾고 미국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지 토론하는 사교 모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1976년 기업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던 관행에서 탈피,회원제 조직으로 전환하면서 포럼은 세계화를 시도했다.

특히 글로벌 의제를 선점하고 이슈화하는 데 다보스포럼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일례로 1982년 17개 선진국 통상장관을 어렵게 초청했다. 이들은 자유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것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제 분쟁에도 적극 개입했다.

다보스포럼은 1988년에는 에게해 영해 다툼과 해저 유전 분쟁 등으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와 터키의 총리 회담을 주선해 화해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1989년에는 최초로 남북한 간 장관급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각종 의제는 WEF 사무국 내 CSI(Center for Strategic Insight)란 조직에서 만들어진다.

CSI는 전 세계적 관심사는 물론이고 산업별,지역별 현안을 추적하며 이슈를 제기,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재 입도선매(立稻先賣)

차세대 지도자를 선정하는 것도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일찍부터 관리하면 적은 비용으로 열광적인 WEF 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WEF 차세대 지도자 출신 인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포럼은 이름도 없었던 독일 정치인 메르켈을 과감하게 초청했다. 포럼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무장한 메르켈은 최근 2년 연속 개막연설을 하는 등 WEF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박지성 선수,이해진 NHN 전략담당임원,조현상 효성 전략본부 상무 등이 차세대 지도자로 뽑혔다.


○철저한 초청자 관리

다보스포럼은 회원 이외의 초청자를 선정할 때 철저하게 현직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현역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다보스 포럼에 참석,WEF의 위상을 한껏 올려줬지만 현직에서 물러나고 '약발'이 다하면서 더이상 포럼에 참석하지 못했다.

샤론 스톤,안젤리나 졸리,브래드 피트 등도 세인의 이목을 끄는 역할을 한 뒤 신선도가 떨어지자 조용히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쟁적 조직 운영

WEF는 비영리조직이지만 사무국은 어지간한 글로벌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인 두 명을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 출신 293명으로 구성된 사무국은 2000년 이후에만 두 차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유연성과 경쟁 체제를 강화했다.

동료와 상사 부하 등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업적 평가를 받는 '360도 다면평가'제도와 분기별 성과 관리,목표중심경영(MBO) 등 선진 조직관리 기법도 도입했다.

효율적 조직 운영과 포럼 성공으로 회비와 참가비,협찬비 등으로 구성된 WEF의 총 수입액은 2005년 627억원에서 작년 788억원대로 불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앙드레 슈나이더 WEF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과거의 업적에 만족하지만 현재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는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언제든지 기업문화를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