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환경 종말론의 희생양 하이닉스

석유 식량 광물 등 자원이 멀지 않아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끊임 없는 주장에 분통을 터뜨린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이었다.

그는 “1년 후에 천연자원의 가격이 올라가 있다면 누구에게든 1만달러를 주겠다.

품목은 마음대로 정해도 좋다”며 도발적인 내기를 걸었는데 그때가 1980년이었다.

저명한 환경주의자였던 스탠퍼드 대학의 존 하르트, 존 홀랜드 교수 등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칠세랴”며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크롬 니켈 주석 텅스텐을 선택해 10년 기간으로 진짜 내기를 걸었고….
10년이 지난 1990년이 되었을 때 이들 품목의 물가 수정 가격은 놀랍게도 큰 폭으로 떨어져 있었다.

소위 자원 한계론자들의 참담한 패배였다.

석유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유가는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8월의 가격조차 물가를 감안하면 무려 25년 전인 지난 82년 가격을 아직 밑돌고 있다.

그것 또한 달러 약세의 반사물일 뿐 고갈의 결과는 결코 아니다.

그러니 지구 종말을 애써 과장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지만 그 때문에 당장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석유도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석유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 돌멩이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석기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과 다를 게 없다.

언젠가 더욱 싸고 좋은 에너지가 일상화되면서 석유시대는 끝날 것이다.

이미 태양과 바람과 수소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자원 고갈론으로 막을 올린 소위 환경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벗어나 교조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의 ‘로마클럽 보고서’부터 였다.

이때 일군의 좌파 학자들은 환경 재앙과 자원 고갈로 지구 종말이 임박했다고 설교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를 앞세운 문명에 대한 저주였던 셈이다.

처음에는 성장의 한계라는 말이 쓰였으나 점차 지구의 종말로 단어가 교체됐고 갈수록 급진화하고 있다.

종말론은 공산주의가 기독교에서 어설피 도용한 괴이쩍은 단어의 하나지만 환경론자들의 고유어가 된지도 오래다.

너무도 뻔한 휴거론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표토는 침식되고 하천은 말라가며 자연의 균형은 피괴되고 인간은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는 것이 사이비 종말 신학의 신앙고백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죄를 짓고 있고 지구는 죽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개발은 시급히 중단되어야 마땅하고 인간은 하루빨리 생태주의로 돌아가야 하며, 아니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환경급진론의 골자다.

도룡뇽 한마리에 고속철도가 중단되고, 새만금이 무기한 표류하며, 해방구를 연상하는 전투적 환경운동가들의 투쟁에 막혀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조차 거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강조하건대 가난한 나라의 강물이 깨끗한 것을 우리는 결코 본 적이 없다.

저개발이야말로 질병과 환경재앙의 동의어가 아니던가 말이다.

크롬 망간 비소 수은 아연 등 19개 금속류의 사용을 원천봉쇄해놓은 ‘수질환경 보존법’ 시행령 19조도 그런 원리주의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다.

“그러면 우리더러 중금속에 오염된 물을 마시라는 것이냐?”는 참여정부식 반어법의 하나면 그 어떤 개발도 좌초시킬 수 있는 것이 한국의 환경법이다.

바로 그 조항에 하이닉스가 걸려든 것이다.

음용수의 구리 허용치는 1ppm이다.

하이닉스는 허용치의 125분의 1인 0.008ppm까지 맞출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보통의 식품에도 1-3ppm은 들어있다는 것이 구리다.

구리 때문이라면 차라리 모든 먹거리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鄭奎載 <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장 >

반도체 회로 선폭을 80나노에서 50나노 이하로 줄이려면 알루미늄 아닌 구리를 써야 한다는 따위는 구차한 설명이다.

문제는 원천 봉쇄냐 전면 허용이냐가 아니다.

농약이 대표적인 경우다.

농약을 전면금지하면 국민들의 건강은 오히려 크게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생산성 하락으로 턱 없이 비싸진 채소를 보통의 국민들은 결코 먹을 수 없게 된다.

환경문제의 본질은 “예스, 노”의 양자택일이 아닌 적정 수치를 관리해가는 문제라는 말이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세계적 기술의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