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17세기 뉴턴의 자연법칙 수식화 이후 발전을 거듭해 20세기에 DNA 분자구조를 밝혔으며 빠른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를 보유하게 됐고,현재는 물질·생명·에너지·정보의 모든 연구 성과들을 결합시킨 첨단과학기술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 윌리엄 앤드 매리 칼리지의 물리학 주임교수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는 '과학의 새로운 언어,정보'(전대호 옮김,승산)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물리학과 철학의 경계에 있는 심오한 질문들을 던졌던 존 휠러의 '존재는 어떻게 생겨났는가?''왜 양자인가?''동참하는 우주?''의미는 무엇인가?''비트에서 존재로?'라는 5대 질문에 '정보는 무엇인가?''큐비트에서 존재로?'를 추가한 것.그는 특히 마지막 질문인 '큐비트에서 존재로?'에 초점을 맞추고 열역학,통계학,유전학,양자물리학,고전 및 양자정보 이론까지 방대한 영역을 다룬다.

첫 주제인 '배경'에서 그는 정보의 바다에 놓여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보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다음,19세기에 밝혀진 '에너지'의 개념과 대비시키면서 20세기에 출현한 '정보'의 정의와 정보혁명의 돌파구를 연 섀넌의 정보량 측정법,'물리학의 관심사는 자연의 본질 자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제2주제인 '고전적인 정보'에서는 정보의 수량화에 필수적인 확률,큰 수와 작은 수를 함께 다룰 수 있는 놀라운 로그함수의 특성,이를 이용한 정보와 동등한 볼츠만의 엔트로피 개념,생물학과 정보기술의 만남,정보에서 잡음의 중요성 등을 다루고 있다.

제3주제인 '양자정보'에서는 구슬 게임을 이용한 양자 중첩 현상,양자정보시대의 기본 정보단위인 큐비트,큐비트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및 블랙홀의 엔트로피까지 살핀다.

핵심 주제인 '진행 중인 연구'에서는 양자정보 실험분야의 선주 주자인 안톤 차일링거 교수의 '기본적인 물리계의 정보 보유량은 1비트'라는 주장을 인용하며 최종 견해를 이같이 밝힌다.

'실험가인 차일링거는 자연이 큐비트에서 꺼내도록 우리에게 허락한 확실성의 덩어리인 비트(정보)에 신뢰를 둔다.

한편 이론가인 나는 조심스럽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 미래에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가능성의 무한한 원천이며 우리에게 무한한 놀라움을 안겨줄 큐비트를 바라본다.

'현상과 실재'란 철학적 명제와 맞닿아 있는 마지막 주제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들은 최근에 나온 안톤 차일링거의 '아인슈타인의 베일'을 함께 참고하기 바란다.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