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영국 인디펜던트지(紙)가 올해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무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자 에어컨 업체들이 일제히 '예약 판매' 대전에 돌입한 것.
최근 5년간 겨울철(1~3월) 예약 판매로 팔려 나간 에어컨은 한 해 전체 판매량의 16.4% 수준.그러나 올해는 이 비중이 21%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마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 동안 사용할 에어컨 마케팅 비용의 50%를 1분기 중 집중 '살포'할 계획이다.
겨울철 예약 판매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종전 1~3월과 5~8월에만 에어컨 광고를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9~12월에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예약 판매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예약 판매 기간에 제공하는 경품의 규모도 예년에 비해 3배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예약 판매 시장에서는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2005년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올 여름에는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같은 해 33만대의 에어컨이 예약 판매로 팔려 나갔다.
전년 여름의 평균 기온도 예약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2000년대 들어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어간 것은 2001년과 2004년.자연히 이듬해 에어컨 예약 판매량은 두 해 모두 30만대를 넘었다.
2004년에는 2003년 8월 평균 기온이 낮았던 탓에 4만대를 파는 데 그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1~3월에 에어컨 예약 판매를 실시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식 마케팅'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6.8도로 기상청이 기온을 측정해 발표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무더웠다는 보도가 나가자 소비자들이 '선금을 줄 테니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예약 판매 문화'가 싹텄다.
업체들은 예약 판매 때 프리미엄 제품이 더 많이 팔릴 뿐 아니라 예약 판매 실적은 그 해의 전체 판매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겨울철 장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예약 판매 경쟁은 물론 소비자에겐 절호의 기회다.
예약 판매 기간에 에어컨을 사면 설치비도 무료라 에어컨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하루에 600대씩 예약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해 판매량이 2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