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민생(民生)이 걱정이다. 요동치는 정치판 때문에 관심의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그런 우려가 더욱 커진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의 탈당사태와 자신의 당적문제,그리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발의에 대한 견해를 폭넓게 밝혔다.

이날 발언 내용은 사실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은 이미 연초에 밝혔던 것이고,열린우리당 탈당 가능성 역시 개헌 문제와 관련해 한 차례 거론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견을 계기로 정치판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고,그리되면 경제에 미칠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정치판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 사수파와 신당파의 대립으로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해 있고 한나라당 역시 대선주자간의 주도권 다툼이 과열(過熱)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문제와 개헌 문제까지 얹혀졌으니 정국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형편이다. 개헌을 지금 해야 한다느니,미뤄야 한다느니 하며 국론이 둘로 갈라질 것 또한 너무나 뻔한 이치다. 개헌논란과 대권놀음 등으로 지새다 보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마저 각종 민생법안의 심의와 입법활동을 소홀히 하는 등 제 기능을 다하기 힘들 것이다.

경제와 민생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경제는 어렵기 짝이 없고 국민들의 생활 형편 또한 말이 아니다. 기업들의 투자활동 역시 지극히 부진해 제조업체들의 올 설비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1.3% 줄어들며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경제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이다.

따라서 개헌이나 대선 같은 정치놀음에 빠져 정상적인 경제운용에 차질이 초래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권의 외압(外壓)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단호한 자세로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경제정책이 정치에 휘둘려 우왕좌왕한다면 3만달러 시대 선진국 진입의 꿈은 더욱 요원해진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함께 수렁으로 빠져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지도자들이 특별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