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수세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3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1350선을 위협받던 증시를 상승 반전시켰다.

선물시장에서도 1만4000여계약을 사들이며 4개월 만의 최대 연속 매수를 기록 중이다.

가파른 조정으로 주가가 낮아진 점이 외국인의 매수 배경으로 꼽힌다.

수급의 칼자루를 쥐고 있던 외국인이 미세하나마 매수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증시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외국인 매수 종목 주가 강세

반등장의 주역이 외국인인 만큼 이들이 장기 매수 중인 종목의 주가 움직임이 돋보인다.

20일째 집중 매수(24일 기준) 중인 STX는 25일 3.5% 급등하는 등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작년 말 10만주를 밑돌던 거래량은 최근 100만주에 육박하기도 했다.

대한화섬 외환은행 신세계건설 한진중공업 CJ 신영증권 강원랜드 환인제약 동부증권 대구은행 LG석유화학 등도 10일 이상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종목들이다.

이 중 신영증권과 LG석유화학의 행보가 눈에 띈다.

신영증권은 15일 연속 상승세로 3만원대이던 주가가 4만8700원으로 치솟았다.

LG석유화학은 올 주가상승률이 20%를 웃돈다.

강원랜드 동부증권 대구은행 등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외국인은 어닝쇼크에 가까운 4분기 실적을 내놓은 IT주에도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다.

LG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등이 대상이다.

어닝쇼크로 목표가 하향이 잇따르고 있는 LG전자에는 연초부터 외국인 주문이 유입되더니 실적 발표를 전후해 매수 강도가 세지는 모습이다.

올 순매수 규모는 1066억원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2위다.

LG필립스LCD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4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 저평가 매력이 외국인 매수배경

미국 일본 증시의 신고가 경신 움직임과 반대로 한국은 연초부터 조정장세가 펼쳐지며 가격 매력이 커진 점이 외국인 매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한 해 줄곧 팔기만 하던 외국인은 작년 12월 매수로 전환한 뒤 이달 들어서도 '사자'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전통적으로 1월에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며 "외국인의 매수 가담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소비심리가 풀리며 OECD경기선행지수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있다"며 "외국인은 내달까지 조심스러운 매수 우위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IT주 매수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된다.

다이와증권은 "디스플레이 부문이 부진해 LG전자의 실적 회복이 더디겠지만,바닥권에 도달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주가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주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이 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광엽·정현영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