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 근무 경험이 회사를 번인보드(Burn-In Board) 분야 선두주자로 키우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식품업계의 체계화된 불량원인 분석시스템을 도입해 번인보드 불량률을 줄였거든요."

에스엠전자의 유덕상 대표(50·사진)는 번인보드 업체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남다른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오뚜기식품에서 식품연구원으로 3년을 근무했다.

대학에서도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번인보드는 집적 회로,저항기,스위치 등의 전기적 부품들이 납땜되는 얇은 판인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패키징이 끝난 반도체 메모리의 신뢰성을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에스엠전자는 국내 번인보드 분야 매출 1위 업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에 반도체 검사장비를 판매하는 나노하이텍,프롬30 등 7개 1차 공급업체에 번인보드를 공급하고 있다.

언뜻 보면 현재 사업분야와 식품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는 그러나 '식품맨' 시절 경험을 회사 경영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꼽는다.

철저한 식품업계의 불량 방지 및 원인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불량률을 줄일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먹거리를 다루는 식품업계에서는 불량품을 줄이기 위해 재료로 쓰이는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 비율까지 검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인보드 생산은 불량제품이 나올 경우 그 원인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지 못해 불량률이 높아지면 고객사로부터 바로 문제 제기가 들어오죠.식품회사 시스템을 도입해 처음에 30% 수준이었던 불량률을 3~5%까지 낮췄습니다."

그는 "에스엠전자 불량률은 현재 15% 정도인 업계 평균 불량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고객들이 에스엠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1984년 오뚜기식품을 퇴사,85년 대학 선배가 대표를 맡고 있던 PCB 생산업체에 입사하면서 PCB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92년 회사를 나와 에스엠전자(당시 주양엔지니어링)를 창업했다.

유 대표는 "연구개발 확대로 불량률을 더욱 줄여 앞으로도 시장 1위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