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중외제약 회장의 장남인 이경하 사장은 오너 중심의 국내 제약업계에서 성공적으로 경영 무대에 데뷔한 대표적인 2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올해 44세로 제약업계 최고경영자 치고는 젊은 축에 속하는 이 사장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말수도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그가 2001년 중외제약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제약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는 MSD(머크샤프&돔)와의 결별로 맞은 중외제약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실적 향상을 통해 경영 능력을 증명,회사 안팎의 의문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중외제약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항생제 이미페넴 제네릭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 사장 특유의 추진력과 뚝심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중외는 1991년부터 이미페넴 제네릭 개발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이미페넴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아지돈'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술력과 핵심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 8월부터 이미페넴 완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발에 40여명의 인력과 3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그러나 제품 개발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한때 연구원 한 명이 실험하다 고압 전류에 감전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처하기도 했다.

2001년 이후 MSD와의 결별로 회사가 위기에 봉착하자 내부에서 "이미페넴 개발을 접고 새 과제를 찾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장은 그러나 그럴 때마다 연구 책임자인 황태섭 중앙연구소 부소장과 만나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끝을 한 번 보자"고 다짐했다.

이 사장의 이런 고집은 결국 2004년 결실을 거뒀고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회사가 성장 정체로 고심을 거듭하던 2003년 무려 1500억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수액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도 이 사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사장은 아버지 이 회장뿐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그가 2005년 말부터 자회사인 중외신약 중외메디칼 ㈜중외의 대표이사를 겸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