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시세차익을 노린 순수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송금 100만달러 이내)이 허용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한 외환 송금한도가 300만달러까지 확대됨에 따라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투자한도 확대로 고가 주택에 대한 투자는 물론 상가,리조트 등 임대수익을 노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이번 송금확대 조치가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작년 해외부동산 투자 55배 급증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의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금액은 5억1400만달러(1268건)로 전년도 930만달러(29건)보다 55배 가까이 폭증했다.

용도별로는 거주용 부동산(2억7000만달러)이 투자용 부동산(2억4000만달러)보다 많았지만 거주용은 작년 6월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투자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거주용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한 평균 신고금액은 약 44만달러였으며,100만달러 이상의 고가주택도 24%를 차지했다.

투자대상국은 미국이 전체의 48%(금액기준)를 차지했고,이어 캐나다 중국 호주 등의 순이었다.

실제 취득가액 기준으로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거주용 주택(352만달러)으로 가장 비쌌다.

◆고가주택 투자 가능해져

이번 송금한도 확대가 해외부동산 투자의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모기지론 등 현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비용이 해외 송금 제한선인 100만달러 안에 포함돼 시세차익이 큰 고가주택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송금한 100만달러와 현지 모기지론으로 충당한 100만달러를 합쳐 미국 LA에 200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는 현지 임대를 통한 임대수입 없이는 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송금한도 100만달러를 이미 채워 한국에서 더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미라 뉴스타부동산 실장은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실제 100만달러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며 "송금한도가 300만달러로 확대되면 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해외 대도시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 투자전략 마련 필요

미국과 캐나다 등 인기 투자지역을 중심으로는 임대수익이 큰 고급형 주택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지의 투베드룸(약 30평형 규모로 침실 두개) 콘도(아파트)의 경우 매매 가격은 200만달러 안팎으로 연간 임대수익이 5만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동남아 지역에선 거주용보다는 호텔,리조트,펜션 등 이용과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잇따를 전망이다.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필리핀 태국 등 주요 동남아 관광지의 리조트형 호텔 객실 등은 평균 2억~3억원에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베트남 나트랑 지역의 경우 20~30평형대 리조트 콘도에 6000만~1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

국내 건설업체 진출이 활발한 중동 두바이에선 비즈니스베이 내 아파트(투베드룸 기준) 시세가 6억원 안팎이다.

◆상가 리조트 호텔 등 수익형 투자 늘 듯

투자한도액이 확대되면서 호텔 콘도 펜션 상가 등 해외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건설업체나 개발업체들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단지나 리조트 실버단지를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인 '투자형 호텔(임대 수익을 돌려주는 분양방식의 호텔)'이나 상가 투자 역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북미 지역인 캐나다 토론토 중심지의 경우 10개 안팎의 점포를 가진 2층짜리 상가 건물은 300만달러 정도면 구입이 가능해 상가 건물을 통째로 구입해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

해외부동산 시장이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여윳돈이 있는 자산가들도 환(換)리스크에다 해외 현지의 관련 법규도 잘 모르는 탓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송금확대 조치를 호재로 받아들여 아무 준비 없이 투자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해외부동산 투자는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데다 사후관리에도 어려움이 크다"며 "해외부동산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