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는 A씨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가 다니는 CIS 국제학교로부터 얼마 전 학비를 달러 대신 위안화로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위안화 대비 달러 가치가 너무 떨어져(위안·달러 환율 하락) 달러로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회사에서 두 아이의 학비로 연간 3만달러를 지원받지만 이를 위안화로 바꾸니 150여만원이 부족했다.

모자라는 돈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채웠다.

위안화 가치가 올들어서만 0.4% 오르며 달러당 7.7위안대로 초강세를 보이자 '달러 사절'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전용 국제학교는 베이징에만 20개가 넘는다. 일반 중국계 학교에서도 외국반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초 한두 곳에서 위안화로 학비를 내라고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거의 모든 국제학교가 위안화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이 단기 어학연수를 하는 대학 부설 연수기관이나 사설학원은 이미 작년 초부터 위안화로만 수업료를 받고 있다.

외국인에게 세를 준 집주인도 집세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새로 계약할 때는 예외없이 위안화를 기준으로 월세가 정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아파트를 월 2800달러에 빌려 살고 있는 한국 모회사의 K부장은 "지난달 임대 재계약을 하는데 집주인이 집세를 위안화로 내라고 요구해 실랑이를 벌였다"며 "달러로 계속 내는 대신 소파 등 낡은 가구를 바꿔 달라는 요구를 접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달러 대신 위안화로 월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19일 상하이 등 남부지방의 홍콩계 회사에서 홍콩달러 대신 위안화로 월급을 달라는 요청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직원들이 작년까지는 홍콩달러로 임금을 받는 것을 선호했으나 최근 위안화 가치가 홍콩달러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요구가 퍼지고 있다.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은 작년 10월부터 중국 직원들의 임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김범수 우리은행 베이징지점장은 "달러로 임금을 받던 직원들이 달러 약세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작년 10월부터 위안화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단기 자금 운용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중국 회사와 위안화로 공사 계약을 맺고 3개월 후 본국에서 달러를 받아 결제하는 관행을 깨고 미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더 비싸지기 전에 미리 줘버린다는 것이다. 한국 본사에 이익금을 송금하는 것은 환차익을 얻기 위해 최대한 날짜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