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앨라배마주(州)는 '남부의 디트로이트'로 불린다.

외국계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공장을 세우면서 '자동차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인근의 조지아 미시시피 텍사스 등도 새롭게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북부 디트로이트(미시간주)에서 '딥 사우스'(Deep South·최남단)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앨라배마주에는 이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혼다의 스포츠유틸리티(SUV) 공장과 도요타의 엔진공장이 들어서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지역에서 M클래스를 연간 10만대가량 생산한다.

10년 전만 해도 앨라배마는 쓰러져가는 섬유산업을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지역이었지만 잇따른 자동차공장 유치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남부의 다른 지역도 주목받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2005년 3월 미시시피주 캔턴에 14억달러를 들여 완성차 조립공장을 건설했다.

도요타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연산 20만대 규모의 픽업트럭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기아차는 10억달러를 들여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하고 작년 10월 착공식을 가졌다.

조지아주 옆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는 BMW가 연 12만대를 만드는 공장을 지었다.

외국 업체들이 이처럼 남부로 몰려가는 것은 각 주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끌렸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주는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총 2억6000만달러 상당의 세금 및 토지를 지원했다.

앨라배마주는 특히 현대차 공장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서 주 헌법까지 고쳐가며 210만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를 매입,소유권을 내줬다.

기아차 공장을 끌어들인 조지아주 정부도 부지와 인프라를 무상제공하고 세금 감면을 통해 모두 4억1000만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들이 남부로 집합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전미(全美)자동차노조(UAW)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남부지역은 전통적으로 UAW의 조직력이 약하고 노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꼽혀왔다.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세운 벤츠나 혼다,현대차 공장에는 노조가 없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종업원 시급이 현대자동차 14.46달러,혼다 15.38달러로 UAW에 가입한 공장의 종업원 임금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지켜본 외국 업체들이 UAW가 버티고 있는 북부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자동차업체들의 남진 현상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