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밀집지역인 인천 서구 석남동에 있는 성남기업(대표 김강배·67) 본사와 목재창호 제 1공장.목자재들이 쌓여있는 공장 건물에 들어서면 이 회사의 전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가 눈에 띈다.

'SINCE 1935'.

성남기업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71년 역사의 목공·목재창호 전문기업이다.

김강배 대표의 부친인 고 김태옥 대표가 1935년 서울 이태원 근처에 있던 집 앞마당에서 12명의 목수들과 함께 창업한 '성남목공'은 이제 직원 240명에 90여개 협력회사를 거느린 동종업계 1위 목재창호 전문기업인 '성남기업'으로 발전했다.

이 회사는 석남동 제1공장과 금곡동 제2공장에서 천연 목재방화도어와 천연 무기질 마그네슘을 주원료로 한 친환경 건축자재 등 다양한 목창호를 제작해 신축 및 재건축 아파트,주상복합상가,대기업 내부 공사 등을 시공한다.

지난해 매출은 약 350억원.이 회사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광역시회로부터 1998년부터 8년 연속 '업종별 최고 수주상'을 수상하고 2004년 실내건축공사업부문 대상을 받는 등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나와 1966년 가업을 이어받은 김 대표는 회사의 장수 비결로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대목(大木·대형 건축물을 잘 짓는 목수)의 장인정신'을 꼽는다.

김 대표는 "선친께서는 경복궁의 문화재급 건물 복원과 불국사 고건축 사업을 주도한 대목이셨다"며 "불국사 고건축에서 다른 업체가 복원한 것은 뒤틀렸으나 우리의 목공기술이 들어간 것만 현재까지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공인들에게 안정되고 일할 만한 직장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목재창호 사업에만 전념했다"며 "선대의 대목기술이 우리 회사의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수됐다"고 강조했다.

성남기업엔 대목들이 많다.

이 회사에서만 43년째 근무하고 있는 최영석 기술직 이사(69)는 독보적인 전통한옥 건립 기술을 보유,'걸어다니는 문화재'로 불린다.

60여명의 목공기술자 가운데 2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가 절반이 넘는다.

김 대표는 이들과 함께 1991년 시공한 청와대 목재창호공사를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

그는 "'작품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전 직원들이 여름 휴가도 반납하며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며 "공사가 끝난 직후 결과물에 감탄한 청와대측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등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감사패에는 '빼어난 기술과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역사에 남을 훌륭한 건물을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적혀 있다.

성남기업은 현재 3대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의 장남 현준씨(34)가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 중이다.

김 실장은 "어릴적에 목공 아저씨들이 나무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작품에 감탄하면서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장인정신의 기업문화를 확립해 성남기업을 지켜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대표는 회사를 100년 이상 존속하는 '역사에 남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선보인 자체 브랜드 '휴든'을 목창호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중국에 원자재 1차 가공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목 기술을 이어받을 청년층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올해부터 젊은 목공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