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드라이브는 노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정치권에 희비를 안겨줬다.

개헌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과열경쟁으로 치닫던 한나라당 빅3의 대선행보가 주춤해졌고 열린우리당의 신당추진도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우선 노 대통령은 개헌제기가 역풍을 맞아 성사여부는 불투명해졌지만 국가적 이슈를 선점,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나감으로써 한나라당의 빅3경쟁과 신당 논의에 제동을 거는 '전과'를 올렸다.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약간 상승하는 부수적인 성과도 거뒀다.

여러모로 '손해본 게 없는 게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가장 큰 덕을 봤다는 분석이 많다.

예상보다 빠른 지지율 상승으로 '대세론'이 형성돼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집중적인 견제가 예고된 상황이었으나 개헌정국으로 인해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겨냥해 쏟아질 네거티브 캠페인의 소낙비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내부적으로 호흡조절 얘기가 나오던 터에 노 대통령이 전격 국면을 전환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은 "개헌 제안이 없었더라도 공격 받을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득과 실이 교차해 본전 정도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 한마디로 '정곡'을 찔렀다는 게 내부 평가다.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어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감성적 접근이 대권 후보로서 반드시 좋은 이미지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개헌 정국이 오래 갈 경우,지지율 만회를 위한 계기를 잡기 힘들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고건 전 총리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구상했던 통합신당추진이 여의치 않게 되는 등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이 전 시장 등과 각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서 개헌정국 도래로 이게 어려워진 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나온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천정배 의원 등 여권 주자들은 대체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당장 노 대통령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여당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염동연 의원의 탈당 선언을 계기로 탄력을 받던 신당논의도 일단 제동이 걸리는 등 신당파의 타격도 적지 않았다.

신당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