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려했던대로 현대차의 판매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구매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마디로 "노조가 너무한다" "현대차 노조가 밉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현대차 불매'움직임으로 이어질 조짐이라는 우려다.

여기에다 노조가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으로 생산에 전념하지 못하면서 '이 기간 중에 생산되는 차는 품질어 떨어질 것'이라는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7200여대로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6.1%나 감소했다.

특히 쏘나타,아반떼,싼타페 등 내수시장 주력 차종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현대차 노조 사태의 여파가 예사롭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단일차종으로 내수판매 1위였던 쏘나타의 판매량이 4.4% 감소한 가운데 아반떼는 23.2%,싼타페는 무려 42.1% 줄었다.

전통적으로 1월은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로 판매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현대차의 판매 감소율은 업계 평균보다 큰 폭이다.

지난 10일까지 내수시장 전체 판매량은 전월 동기에 비해 6.8%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GM대우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현재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전월 동기에 비해 4.5%포인트 떨어진 39.6%에 머물렀다.

장기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었던 지난해 7월을 제외하고는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줄곧 40%~50%대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현대차의 판매가 연초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기피 심리 외에도 생산차질에 따른 공급지연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현대차 구매 계약을 해놓고도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는 출고대기 고객의 수는 지난 11일 현재 4500여명에 달한다.

지난 연말에 비해 50%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하면 생산 차질,출고 지연,고객 이탈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파업 기간에 출고된 차량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그 여파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난해 7월 임단협을 둘러싼 노조 파업의 여파로 업계 1위 자리를 GM대우에 내주었던 일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노조가 한달 내내 파업을 벌이는 사이 현대차의 월간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합쳐 전월 대비 42.4% 급감했다.

노조가 오는 15일부터 파업 수위를 더욱 높일 경우 이 같은 판매 부진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