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나노 D램 시대에 웬 70나노 양산 타령(?)'

일본 언론의 자국 반도체 업체 '기(氣) 살려주기'인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우위를 빼앗긴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전문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자국 업체들의 한 발 늦은 기술개발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나서 국내 업체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자 1면 톱 기사를 통해 "엘피다메모리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70나노 D램을 양산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엘피다메모리가 90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전자에 반년 이상 뒤졌으나 80나노에서는 삼성전자보다 3개월가량 앞섰다"며 "특히 엘피다메모리는 이번 70나노 양산으로 삼성전자를 단번에 추월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도시바의 56나노 낸드플래시 양산 소식을 전하면서 "도시바가 90나노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졌으나 이제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최첨단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의 기술추격이 거세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업체와의 기술격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70나노보다 생산성이 50% 이상 높은 60나노 공정을 지난해 이미 개발하고,양산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삼성전자)는 엘피다가 양산을 시작한 70나노 공정을 개발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한 단계 앞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70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60나노로 직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도시바가 이달 중 56나노 공정을 이용한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나,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60나노 공정을 양산한 데 이어 도시바의 56나노보다 생산성이 월등한 50나노 공정 양산을 1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60나노 공정을 개발,올 상반기 중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의 기술추격이 거세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이번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는 한때 반도체 강자였던 일본 업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이태명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