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회사원 김재영씨(40)는 한 달에 한 번은 지방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주제는 아주 구체적이다.

그 지방의 소문난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 맛집 정보는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엠파스의 식도락 카페 '에피큐어'같은 곳에서 얻는다.

'지방 맛집'은 프랜차이즈 체인점의 정형화된 음식맛에 식상한 이들에게 '고향의 어머니 손맛'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준다.

소설가 성석제씨는 산문집 '소풍'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맛을 본다는 건 바로 소풍같은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먹기 위해 길에 오르는 이들을 위해 1박2일 '맛있는 소풍'코스를 짜봤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장성까지 내려가 최근 개통된 장성∼담양 고속도로상의 담양나들목에서 내려선다.

◆담양 돼지숯불갈비,떡갈비=점심은 담양에서 먹는다. 담양은 떡갈비와 돼지숯불갈비가 유명하다. 가장 손님이 많은 곳은 '승일식당'(061-382-9011). 보통 돼지갈비는 자리에서 직접 구워먹지만 여기는 구워서 가져다 준다. 1인분에 8000원.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질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데다 양도 많아 즐겁다. 고기에서 나는 숯향을 맡으면서 먹는 맛이 좋다.

맞은 편에는 떡갈비로 유명한 '신식당'(061-382-9901)이 있다.

1인분에 1만7000원으로 세 덩이를 준다. 인근의 '덕인관'(061-381-3991)도 떡갈비 전문집이다.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죽녹원이나 소쇄원을 둘러본다. 이어 전북 ,'순창 고추장 마을'에서 고추장이나 각종 장아찌, 밑반찬류를 구입한다.

◆순창 한정식=저녁은 한정식으로 유명한 '새집'(063-653-2271)으로 간다. 이곳은 손님 수에 따라 상차림 가격이 달라진다.

2인분 2만8000원, 3인분 3만6000원식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 켠에 먹음직스런 굴비꾸러미가 매달려 있고, 한쪽에서는 석쇠로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다.

온돌방에 앉아 잠시 기다리면 잘 차려진 상을 통째로 들여온다. 전라도 음식점답게 20여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깔려있다. 연탄불에 구운 불고기는 양념 맛이 좋아 식욕을 자극한다. 굴비와 삼겹살 양념구이도 곁들여 나온다.

◆숙박은 구례 한화콘도에서=저녁을 먹고 난 뒤 구례 지리산 화엄사 근처에 있는 한화 콘도와 호텔(061-782-2171)로 가 하룻밤을 묵는다.

이튿날 아침식사는 하동 특산 재첩국으로 정한다. 지리산 한화콘도에서 경남 하동쪽으로 30∼40분 떨어진 하동읍 내에 재첩국 전문식당이 있다. '동흥식당'(055-884-0080)과 '여여식당'(055-884-0080)이 알려져 있다. 읍내에서 남해고속도로쪽으로 더 들어가면 나오는 '원조 강변할매재첩국'(055-882-1369)이 구미를 돋운다.

◆광양 불고기=점심은 불고기로 유명한 광양에서 해결한다. '대한식당'(061-763-0095), '한국식당'(061-761-9292),'대중식당'(061-762-5670) 등의 광양불고기가 소문이 나있다. 모두 가까이 모여 있다. 밑반찬이 별로 없어 야박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숯불로 석쇠에 구운 불고기 맛이 괜찮다. 1인분 1만3000원.

◆여수 자연산 회=저녁은 여수로 내려가 돌산대교 근처에 있는 '백초횟집'(061-644-6052)을 찾는다.

돌산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빠져 내려가면 바닷가 앞에 있다. 4만원짜리부터 10만원짜리까지 회를 주문할 수 있다.

쫄깃하면서 단 맛이 자연산임을 알게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4종 세트'가 일품이다. 돌산의 명물 갓김치와 깍두기 김치 파김치 등으로 회를 싸먹는데 가위 다시 오지 않고는 못배길 맛이다.

회를 먹은 뒤 양은냄비에 끓여 내놓는 맑은탕은 개운한 맛으로 중독성이 강하다. 식사용 반찬인 전어밤젓, 밴댕이젓, 토하젓 등은 알맞게 삭아 밥 한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게 한다.

담양·순창·구례·광양·여수=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