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4년연임 개헌 제안을 계기로 나라 전체가 소용돌이에 빠져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정치권은 찬·반 세력으로 나눠져 날카로운 대립각(對立角)을 세우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다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가 결정적 타격을 입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정치권부터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개헌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개헌반대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대선후보자들 역시 이해득실을 따지며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국이 얼마나 요동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국민여론을 보더라도 개헌 논의의 파장이 얼마나 클지 한눈에 드러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4년연임제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는 다음 정권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응답(應答)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정략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끝까지 개헌을 밀어붙인다면 이에 대한 반발 등으로 인해 심각한 국론 분열과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기에 대선을 앞둔 여야의 당리당략(黨利黨略)과 정계개편 문제까지 맞물릴 수밖에 없는 만큼 일년 내내 정치놀음으로 지새지 않으면 안될 판이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다. 개헌에 관심이 쏠리다 보면 국민연금법 자본시장통합법 서비스업 경쟁력강화 법안 같은 중요 법안과 각종 민생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대선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공약이 난무할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고 보면 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개헌 제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중심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환율하락 여파로 수출마저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성장의 늪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정부는 정치권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적극적인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들의 생산의욕을 북돋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