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 연임제 개헌(改憲)을 제안했다.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 임기와 맞추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연임제 개헌이 어려워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는 대통령 연임제 개헌이 어느 때든 반드시,또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본다. 특히 이번이 아니면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수 없어 향후 20년 안에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에도 충분히 공감(共感)한다. 나아가 대통령 연임제 개헌과 더불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데 따른 부작용과 대통령 유고시의 재선거 폐단의 최소화를 위해 정·부통령제 도입 논의도 함께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대통령 연임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 5년 단임제가 갖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까닭이다.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제도였지만,국정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중장기 국가전략과제의 일관된 실천이 차질을 빚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더구나 새 정권 출범때마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이전 정권과의 단절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다가 임기 절반을 지나면 레임덕에 빠져 국정이 마비되고 만 것은 우리 헌정사의 악순환이다.

게다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지자체장 임기가 어긋나면서 거의 해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따른 비효율과 국력낭비도 이루 설명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국정 혼선,막대한 사회적 비용부담,경제혼란은 익히 경험해온 일이다. 이러고서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이뤄질리는 만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의 제안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솔직히 의문이다. 우선 임기말에 전격적으로 개헌카드를 내놓은 것부터 그렇다. 이미 대선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이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극도로 혼란스런 마당에 이번 개헌 제안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역학적으로도 여권은 개헌 의석에 훨씬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정치권의 대립이 증폭되면서 국정혼선과 민생정치 실종은 불보듯 뻔하다. 개헌논의는 좋지만 문제는 시기다. 지금은 소모적인 정치논쟁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

만에 하나 이번 개헌 제안이 대통령의 정국반전을 위한 또 다른 정치적 승부수여서는 결코 안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헌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헌의 당위성(當爲性)만큼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먼저 여당과 야당이 합의하고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급선무다.